최종 업데이트 21.06.29 11:11

韓, 집값·주식 급등해도…돈은 안 쓴다






'영끌 대출'로 주택매입, 집값 오르면 전세 차주 부담 소비진작 이어지지 않아
증시도 내수경제와 동떨어져 자산급등, 경기회복 긍정적 영향 미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며 실물경제도 살아난다는 ‘부(富)의 효과’가 한국에선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산 경우가 많아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집값이 오르면 전세로 살고 있는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주가 상승은 제조·수출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내수와의 연관성도 떨어진다. 자산가격이 경기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결국 미미해 적극적인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자산가격 변동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 국제 비교’ 분석에 따르면 2007년 말 대비 한국의 주가는 올해 51.5% 상승했고, 같은 기간 집값은 34.5% 올랐다. 문제는 자산가격이 오르는 동안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2007년 5.3%에 달했던 한국의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0.2%로 추락했고, 이듬해 4.4%로 반등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2018년엔 3.2%를 나타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유동성이 크게 풀리며 주가와 집값을 견인했지만 민간소비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자산가격 상승과 소비의 연결고리는 다른 나라에선 확인됐다. 미국의 주가는 2007년 말 대비 두 배 올랐고, 일본(79.3%), 독일(70.1%) 주가도 상승세가 가팔랐다. 독일(68.2%), 호주(59.6%), 미국(29.6%) 등의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예정처는 금융위기 이후 독일·영국 등에선 집값이 오르면서 민간소비도 함께 늘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선 영향력이 줄긴 했지만 집값이 오르면 소비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위기 이후 돈이 풀리면서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가격 상승이 발생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이후 분석에서 모두 부동산 가격의 자산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국내 주식의 자산효과도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처는 "임차제도, 세대별 주택보유 특성 등 국내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검토하고, 주식시장 역시 투자자 거래와 보유 특성을 고려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은행 역시 우리 주식시장이 실물경제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 연구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잘 대표하는 반면, 전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 대기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가는 뛰었지만, 고용이나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를 위해 빚을 늘린 경우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동기 대비 9.5% 증가한 1765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가구의 연소득은 2017년 6292만원에서 2020년 6835만원으로 8.6%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8878만원에서 1억484만원으로 18.1% 늘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30~40대 가구에서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