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빚 폭탄’을 짊어지게 된 2030세대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줄곧 규제 강화를 외쳤던 정부 기조를 뒤집은 것인 데다 부채를 더욱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2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전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재 개선안’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청년층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대폭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무주택자에게 LTV 우대율을 10%포인트 추가해 최대 20%포인트로 적용했다. 완화된 LTV 규제의 주택가격 우대요건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했고, 소득기준도 생애최초 기준 부부합산 연 1억원 이하까지 높였다.
부동산 정책에 강경 기조를 유지해온 여당이 청년층에 한해 대출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 내 집 마련의 꿈을 돕겠다는 취지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은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 규제를 현실화해 실수요자의 주거 복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LTV 요건을 적정 수준으로 완화해 무주택·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의 내집마련 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선심성 정책' 비판 여론 높아…"시한폭탄 주는 꼴"하지만 지난 2년여간 폭증한 청년층의 가계대출 규모를 보면 ‘아무 대책 없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더 많은 부채를 떠안으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분노는 빚을 못 얻어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뺏긴 측면이 커 보인다"며 "대출규제 완화 조치는 더 많은 부채를 떠안으라고 떠미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면 빚더미를 짊어진 청년층이 연쇄적 파산위험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압박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가장 클 것"이라며 "이미 많은 대출을 낀 청년층에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당의 대출규제 완화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됐던 일명 '빚내서 집 사라' 정책과 다를 바 없지 않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을 안정시켜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지 않냐"며 "이미 오를대로 오른 집값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빚내서 사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역시 여당의 대출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빚내서 집 사라며 시한폭탄을 쥐어주는 꼴"이라며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순간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당은 전날 발표한 확정안을 놓고 오는 30일 고위 당정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최종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여당의 확정안을 두고 금융당국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수요자에게 LTV 규제를 완화해도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이내로 관리하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적다는 판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청년 LTV 완화와 관련해 당과 큰 접근이 됐고, 이견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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