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5.27 11:40

반도체 공급망 中 고립작전…'차이넥시트' 압박에 고민 깊어지는 한국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흥순 기자] 주요 7개국(G7)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구축은 중국에 쏠린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한 우방국과의 공조로 가속화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미·중 사이에서 '차이넥시트(China·Exit의 합성어, 탈중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우리 기업의 부담 역시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관계, 화웨이 도청 의혹 등 미국이 '중국 통신굴기'를 좌절시킨 사례 등에 비춰봤을 때 첨단산업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美, G7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로 '中 고립' 쐐기=G7이 다음달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신설이 논의되는 것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비, 단순조립·생산에서 자체기술 기반 경제로 이동, 미국을 급속도로 추격하자 미국은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등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육성 등 주요국 추격을 선언했다. 미국은 대중 견제를 위해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6세대(6G) 네트워크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에 나섰고 첫 타격 대상이 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인 것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일본,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공급망 재편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섰고 이번에 우방국을 상대로 이 같은 움직임을 확대,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쏠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안보 문제로 인식, 우방국에 가치동맹을 강조하면서 공급망 재편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유럽도 동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 '차이넥시트' 압박 거셀듯=관심은 차이넥시트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데다 지정학적 인접성으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G7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국내 기업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D램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 1년 사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약 1079억달러(약 119조원)로 이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은 약 433억 달러(약 48조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비중 가운데 중국이 전체의 5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IT업체들이 급성장해 반도체 수요가 엄청나고,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등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이 시장을 놓치지 않도록 투자와 교류를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기업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각국의 SOS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백악관이 삼성전자를 소환해 투자를 요구한 데 이어 유럽도 G7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신설, 가동 이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주요 전기차 시장이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이 유럽의 공급망 증설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美 주도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해야"=전문가들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노선은 미국이고 이미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차세대 이동통신(6G)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삼성·SK·LG·현대차 등 국내 4대 기업은 44조원 상당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이 아닌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강인수 교수는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뒤쳐져 한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무작정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반도체는 생산하지만 반도체 설비 대부분을 유럽,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공급망 질서 재편 참여가 미지근할 경우 반도체 설계 외에는 외주로 조달했던 미국이 반도체 내재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 교수는 "미국이 첨단산업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며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우방국과 공조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것"이라며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 동참해 향후 판도가 바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