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미래금융혁신과 지속가능성장을 주제로 열린 제10회 2021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광우 KAIST 경영대학 금융전문대학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은 직원과 고객을 함부로 대하고 부당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사회는 와인스틴의 잘못을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죠. 결국 기업은 파산하고 주식은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E) 만큼이나 지배구조(G)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G의 중요도를 바탕으로 둔 경영은 기업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 주주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 서울아시아금융포럼’ 두번째 세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그린 리더십' 토론회에 참석한 박광우 KAIST 경영대학금융전문대학원장, 벤 칼데콧 영국 녹색금융투자센터 대표 및 옥스포드대학교지속가능금융 교수, 마이클 쉐런 영란은행(BOE) 수석고문, 피어스 하벤 유럽은행감독청(EBA) 국장 등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전문가들은 홍 교수가 제시한 '전반적인 ESG평가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이나'라는 질문에 지배구조를 뜻하는 'G'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쉐런 수석고문은 “ESG의 각 요소는 산업별로 중요성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G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내릴지에 관한 것인 만큼 가장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틴처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지배구조 환경에서는 E나 사회(S)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G를 기반으로 S까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목표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ESG 경영이 대두가 되면서 더 이상 기업의 목표가 주주 부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역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기업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며 "탄소 배출의 최소화 및 제로화, 커뮤니티를 포함한 사화공헌 그리고 종업원 중심의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사회의 목표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미래금융혁신과 지속가능성장을 주제로 열린 제10회 2021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 원장은 또 '기업의 목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존의 관념에 대해서는 "ESG 경영에 기반을 둔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가 결코 주주의 이익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면 종업원들의 자부심을 향상시켜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고, 사회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관계자 모두가 가져갈 수 있는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은 피할 수 없는 과제…'그린워싱' 방치 해야"환경에 대한 조언도 줄을 이었다. 하벤 국장은 최근 ESG 경영이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가 위험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친환경적인 경제 재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서 차원에서 현재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ESG 모든 요소가 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의 경우 기후변화처럼 탄소같은 특정 분야로 측정할 수 있어 구체화되고 있지만, 정성적인 평가가 필요한 사회·지배구조 리스크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데콧 교수도 E의 중요성에 대해 "기후 관련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가 ESG 중에서 시급한 문제"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물다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인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나친 분류체계는 분류과정에는 임계점을 낮추려는 기업 로비가 만연하다"며 "개인적으로 녹색분류는 그린워싱을 다루는 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제기관에게 권한을 부여해 규제기관이 규제를 시행하도록 하는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고객들에게 판매된 상품·서비스가 그린워싱에 미치는 영향 여부에 대해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