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초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하고, 가상화폐와 관련해선 젊은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선제적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해 아쉽다."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 소속 김용진 산업·혁신분과위원장이 지난 4년간 금융위 추진 정책의 성과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 취지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의 잘못된 영업 행태와 최근 가상화폐 시장 과열 속에서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금발심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의 최고 정책자문기구라는 점에서 실로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발언은 금융위가 지난 20일 개최한 '4년간 추진 정책의 성과 및 향후 과제' 전직원 워크숍에서 나왔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출범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아왔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카카오·KT 등에 은행 면허를 줘 혁신·포용금융의 상징으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 설명과 달리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자 위주 영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고신용등급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93.59%에 달한다. 중금리대출 주요 고객인 중신용자(5~6등급) 비중은 5.54%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최근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태를 들여다보고 규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해당 논란이 불거진지 무려 4년여만의 일이다.
가상화폐 이슈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과열하자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투자자보호와 거래소 감독 등을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를 규제하고 내년부터 투자자들로부터는 세금을 걷는데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인숙 금발심 위원장은 "정책 집행 시 예기기 못한 부작용·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만큼 시장·소비자·국민과 좀 더 폭넓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29일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대책이 대표적 사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골자로 한 강도 높은 규제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한동안 시장 혼란이 극심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결국 규제 시행 이전에 청약·분양된 잔금대출에 대해 강화된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국민은 이미 큰 혼란을 겪은 뒤였다.
금발심 위원들의 지적과 관련해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적 사항 등을 깊게 새겨 남은 1년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겠다"고 말했다. 도 부위원장은 "금융위에 주어진 도전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며 "다가올 미래 준비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향후 1년 간의 과제로 ▲코로나19 상황서 증가한 유동성의 질서 있는 정상화 노력 ▲경쟁과 혁신 추진을 위한 규제 및 감독관행 개선 ▲금융사고로 훼손된 금융신뢰 회복 ▲친환경 등 경제·사회 구조적 변화 대응 등을 꼽았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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