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포스터.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오는 7월 일본 불매운동이 2년째를 맞는 가운데 ‘선택적 불매’도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는 웃돈을 줘도 구매가 어려운 가운데 일본 맥주와 의류 등 소비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소비가 노출되는 상품은 적극적으로 불매를 하면서 혼자 즐기는 제품과 콘텐츠에는 팬들이 몰리며 극단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극장·서점 점령한 ‘귀멸의 칼날’ =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5월 현재까지 국내 극장 관객 수는 29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0%의 관객이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관람했다.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넘어선 뒤에도 여전히 순항 중이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귀멸의 칼날이 흥행에 성공하자 "일본 불매운동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배경 자체가 일본 개화 이후의 다이쇼 시대이고 주인공들은 모두 일본 사무라이들이다. 주인공의 귀걸이는 화투패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는데 욱일기를 연상시켜 ‘우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내용상 사지 절단을 비롯한 잔인한 장면이 많아 애니메이션이지만 15세 관람가로 정해졌다. 서점가에서도 ‘귀멸의 칼날’ 열풍이 이어진다. 지난달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23은 출간 이후 4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일본산 게임기와 게임도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다. 지난해 상반기엔 닌텐도의 콘솔게임기를 활용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품귀 현상을 빚었다. 게임이 출시되자 수백명이 매장에 줄을 서며 대란이 일어났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했다. 하반기엔 ‘플레이스테이션5’를 구매하기 위해 게임기 매장 앞에 장사진을 쳤고 지금도 온라인에 재고가 채워질 때마다 순식간에 품절된다. 중고 시장에서는 판매가의 2배 넘는 가격에 플레이스테이션5가 거래되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미니 게임기 ‘다마고치’의 최신 버전 ‘죠르디 다마고치’ 등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죠르디 다마고치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죠르디’를 육성하는 게임이지만 일본 반다이사가 만든 제품이다. 제품명 역시 ‘다마고치(달걀을 뜻하는 일본어 다마고와 워치의 합성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일본 불매운동은 비켜갔다.

◆日 주류·의류는 퇴출 직전 = 소비재 시장은 정반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년간 계속돼온 불매운동으로 인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주요 편의점에선 일본 맥주 자체를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CU에선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6%, GS25에선 67%, 세븐일레븐에선 11% 감소했다. 이는 2019년 불매운동으로 하락한 이후 더 떨어진 판매량 수치다. 이마트24에서는 2019년 일본 맥주 비중이 17.2%였는데, 현재는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수제맥주가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꿰찼다.
대형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맥주가 매장에 진열은 돼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는 아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2019년 불매운동이 한창일 당시와 판매량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매출은 1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2.2% 줄었다. 이는 불매운동이 있기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86.1%나 줄어든 수치다. 영업손실은 124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니클로도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유니클로는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 표적이 됐다.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746억622만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결국 유니클로는 2019년 8월 종로점, 2020년 8월 강남점, 지난 1월 명동점, 지난 3월 홍대점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 매장 문을 닫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직접 소비하는 품목에서는 일본산 대신 대체제를 찾고 있는 경향이 짙어 먹거리, 의류 등에서는 일본 제품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며 "다만 애니메이션, 게임기, 피규어 등 취미용 소비품목의 경우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선택적 불매가 극단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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