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하게 추진하던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90% 완화 대책이 민주당 친문 주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LTV·총부채상환비율(DTI) 10%포인트 완화 방안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규제 완화책으로 거론되던 LTV 90% 허용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여당 내에서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본다"며 "주택가격과 소득 요건을 완화해주고 LTV를 10% 추가 우대하자는 기존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내부 및 주류에서 규제 완화보단 기존 정부 기조에 발맞춰 공급 대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무엇보다 (LTV 90% 허용 방안은) 가계부채 관리를 앞세운 정부의 입장과도 상충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코로나19로 8%대까지 늘어난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까지 절반인 4%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RS)을 40%로 강화하고 은행권의 대출한도를 조였다. 이에 따라 일부 계층의 대출을 과도하게 풀면 대출 총액 관리가 어려워지거나 규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특정 계층에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당국은 주택 구입 시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LTV와 DTI를 10%포인트씩 완화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 60%까지, 조정대상지역은 LTV 70%까지 우대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두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LTV·DTI는 각각 50%까지(조정대상지역은 60%)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10% 추가 우대하면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대출한도가 3억6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6000만원 더 늘어난다.
적용되는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부부합산 연 소득 요건을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소득·집값 기준을 완화할 경우 혜택을 받는 대출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현재 우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다만, 막판 조율 과정에서 여당이 LTV를 더 올리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큰 폭으로 LTV를 허용하면 금융사에 과도한 리스크를 전가하는 한편 대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향후 부동산 경기침체나 금리 상승 시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과도한 주택담보 대출 때문에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