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정부가 단계적으로 가계대출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그간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됐던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가 앞으로 전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 매입 시 적용될 예정이다. 전체 서울 아파트의 80% 이상이 규제 대상이지만, 연 소득이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연소득이 2억원이고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중 한도대출)을 터놓은 대출자가 규제지역의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올해 7월 이전이나 이후, 내년 7월 이후까지 담보대출비율(LTV) 비율(9억원 이하분 40%·9억원 초과분 20%)에 따른 최대 한도인 3억8천만원의 주담대를 모두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3%,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와 분할상환기간(원리금 균등 방식)은 연 2.7%, 30년으로 가정됐다.
고소득자의 경우 1억원 상당의 마이너스통장을 줄이거나 해지하지 않고도 현행 LTV 한도까지 모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1억원 이하 소득의 신용대출자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7월 이후 ▲ 개인별 'DSR 40%' 적용 ▲ DSR 산정 시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상환기간 축소(현행 10년→올해 7월 7년→내년 7월 5년)에 따라 지금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다 받으려면 신용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이번 대출규제 강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1억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한 채 LTV 한도를 모두 끌어쓸 수 있는 연소득 하한선은 1억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연소득이 1억400만원인 대출자도 올해 7월, 내년 7월 이후까지 모두 지금과 같은 3억8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파트 가격 시세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상한선인 15억원으로 높여 계산하면, 이 '변함없는 영끌 가능' 대출자의 연 소득 한계선은 1억1600만원으로 다소 높아졌다. 이 대출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건드리지 않고 4억8천만원까지는 제도 변화 이후에도 계속 주택담보대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DSR 산정 과정에서 대출이 없는 배우자의 연 소득을 합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상당수 가계는 중저소득자 가계에 비해 이번 대출 규제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DSR 산정 시 배우자 소득 합산이 가능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받고 나중에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합산이 불가능한 만큼 대출 계획이 있다면 신용대출부터 받아놓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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