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동일인' 지정 논란…외국인 총수 규제 제도적 한계
전문가들 "지분관계·영향력 감안해 사익편취 감독 필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자료사진)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 정의와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작업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한편, 동일인관련자(배우자·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의 범위, 기준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30일 "다음 달 동일인지정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라며 "동일인의 정의·요건을 포함해 관련자 범위, 동일인 확인·변경 절차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날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를 통해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동일인에 대해선 쿠팡㈜을 지정했다. 공정위가 동일인의 정의부터 살피기로 한 것은 구팡의 총수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외국인 총수 지정 전례가 없고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현행 제도·법 체계로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근거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명확해진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의 정의·요건의 경우 극도로 민감하고 변수가 많아 법적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은 점은 있지만 개념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며 "그동안 동일인 판단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탓에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동일인을 지정한다는 우려도 해소하고, 기업에 예측가능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에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 등으로 동일인을 정의하고 하위 규정에 지분관계와 경영 영향력·실제참여 정도 등을 명시할 수 있다"며 "현재는 동일인 관련자를 혈족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해당기업과의 지분관계, 경영 영향력 정도를 감안해 실제 사익편취 가능성이 있는 자를 관리·감독하는 쪽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도 개편 대상을 동일인지정제로 국한할 게 아니라 대기업집단지정제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산 규모로 대기업집단을 규제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 대기업집단을 정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상호·순환출자 금지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를 추가로 적용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봤다. 그는 "상출제집단의 경우 국내총생산(GDP)가 2000조원를 넘는 다음해부터 GDP의 0.5% 이상으로 변경하기로 했지만 이를 적용해도 너무 많다"며 "경제력집중과 공정위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여건에 맞춰 5~10 정도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71곳의 자산총액(2176조1020억원) 중 상위 30대 기업집단이 87.1%(1895조9100억원), 10대 집단이 68.3%(1485조809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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