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성기호 기자] 지난 5년간 금융감독원 퇴직자 10명 중 7명은 금융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의 재취업률이 매년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취업시장을 감안하면 이들의 취업률 증가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만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금감원 퇴직자들의 재취업과 관련한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 간부 10명 중 7명 금융권 재취업=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2016~2020년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금감원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취업한 4급 이상 직원은 총 79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금융권으로 이동한 퇴직자는 54명에 달했다. 10명 중 7명꼴로 금융사에 재취업한 셈이다.
공직자윤리위 심의를 거친 직원을 기준으로 증권사로 재취업한 경우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 12명, 보험 5명, 은행 2명, 카드 2명, 캐피털 2명, 대부업 2명 등의 순이었다. 협회, 연구소 등 금융유관기관으로 이동한 간부는 14명이었고 나머지 25명은 대기업 등으로 옮겼다.
재취업 퇴직자는 지난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전년 대비 138.5% 늘어난 31명이 재취업했다. 금감원 재취업 수는 2016년 22명에서 2017년 4명으로 줄었다가 2018년 10명, 2019년 13명, 지난해 31명으로 뛰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직원이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권에 취업한 후 금감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금감원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를 받은 54명(대기업으로 이동 25명 제외) 중 45명은 업무 연관성이 없어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9명은 업무 연관성은 있으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가능·승인이 높은 것은 소속 기관장인 금감원장의 의견서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권에 재취업을 하려면 금융감독원장의 결재를 받아 공직자윤리위에 승인 신청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직자윤리위는 소속 기관장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의견서를 보내면 대부분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일례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9~2010년에 금감원 퇴직자들이 저축은행에 집중적으로 재취업했는데, 당시 금감원이 작성한 퇴직자에 대한 의견서에는 대부분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적시돼 있다.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 퇴직 직원이 전문성을 활용해 재취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금융권 감사 등 임원으로 진출하는 것은 낙하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인맥 활용한 '제재 방패막' 우려…"시스템 재정비 필요"◆금융사 ‘제재 방패막이’ 안 돼= 전문가들은 금감원 출신들이 오랫동안 금융감독 업무를 맡으면서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 사모펀드 등의 대규모 금융사고로 금융사들의 징계가 잇따라 예고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채용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전문성을 근거로 재취업하는 것 자체를 큰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금감원 출신들이 주로 상임감사직 등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워치도그(watch dog·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금감원 출신 인사를 원하는 금융사들이 어떤 의도에서 이들을 채용하는지도 감안해야 한다"며 "금융사들이 퇴직자들의 전문성이 아닌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한 채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퇴직 공무원 재취업과 관련한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이 민간과의 유착을 불러올 수 있지만 갈 수 있는 곳도 금융회사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기업과의 유착 논란·일반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 민감한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퇴직자의 재취업 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관련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금감원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하는 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잘못된 금피아 양산은 금융산업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직자윤리위에서의 승인 사유 등이 어느 정도 합당한 선에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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