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30 11:30

해외자원 '묻지마 매각'…정부, 10년만에 원금 날리고 칠레광산 포기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정부의 해외자산 매각 방침에 따라 칠레 구리광산을 기존 투자원금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팔아치웠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자원외교' 정책에 따라 이 광산을 매입한 지 10년만이다.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와중에 정부가 서둘러 광물공사 광산을 매각하자 자원업계에서는 원금손실에 따른 혈세낭비 지적은 물론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구리광산 포기로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 흐름에도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지분 30% 전량을 캐나다 캡스톤마이닝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억5000만달러로 지난 10년간 광물공사 총 투자금(2억4000만달러)의 60% 수준에 그쳤다.
광물공사는 2011년 캐나다 구리탐사기업인 캡스톤과 합작사를 설립, 각각 30% 및 70%의 지분비율로 이 광산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캡스톤은 이번에 광물공사로부터 잔여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프로젝트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광물공사 재무상황이 매우 열악해 투자원금 미회수에도 불구하고 자산매각을 결정했다"며 "칠레 구리광산 개발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비용이 투입돼야 해 사업을 더이상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원업계는 정부가 광물공사의 자산을 서둘러 매각한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장기간 오르는 '원자재 슈퍼사이클' 진입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구리가격은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8942.5달러에 거래되는 등 최근 10년동안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은 필요하지만 광물공사 부실이 심각하고 해외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전반적인 능력도 떨어진다"며 "원자재값 상승으로 광산 가치가 높아졌을 때 재빨리 팔고 나오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자 돌려막기' 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된 광물공사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매각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광물공사 부채는 6조6500억원, 자본잠식 규모는 3조36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구리가 매장된 광산을 매각한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구리는 코발트, 니켈 등과 함께 2차전지에 쓰이는 핵심소재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구리 트레이딩 등 관련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자원 매각은 부존자원이 전무한 한국의 기업들에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구리 등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우리 기업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 주도적으로 자원확보에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반대로 보유자원마저 팔아치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자산 매각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광물공사 구조조정을 위해 오는 9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하고, 부채를 줄여나갈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을 전부 매각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2017년 구성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에 따른다는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MB 자원외교' 정책을 폐기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부가 총대를 메고 해외자원 지키기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와 국회는 광물공사의 법정자본금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추가로 혈세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급한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확보한 해외자원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강 교수는 "이번 칠레 구리광산을 투자원금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매각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혈세 손실"이라며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앞으로 가치가 올라갈 해외자원은 세금을 더 투입해서라도 지키는 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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