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이어 경북 영덕 천지원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과속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지지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수용성 논란으로 촉발된 탈원전의 명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논리에 기반한 탈원전 기조에 브레이크를 밟고 이제라도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30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리·새울·월성·한울·한빛원자력본부 등 5개 원전 주변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전주변 지역수용성 설문조사’ 결과 수용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70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한수원은 각 원전본부를 중심으로 반경 5㎞ 내외 두 지역으로 나누고 주민들에게 원전의 지역경제 기여도, 안전운영 여부, 안전기술 수준, 원전 유지 여부에 대한 의견 및 원전 운영에 대한 긍정도 등을 조사했다.
원전 수용성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 2012~2014년 40점대로 떨어졌다가 이후 서서히 회복됐다. 일관된 탈원전 기조에도 수용성점수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6.3점에서 2018년 69.2점, 2019년 69점,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70.1점까지 올랐다. 정부, 전문가, 탈핵 시민단체 등이 원전의 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사고위험에 가장 민감한 주변지역 주민들의 지지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24일 오후 경북 울진 최대 번화가인 울진중앙로에 위치한 점포 곳곳은 공실 상태였고, 도로는 인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공동화가 심각해지자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도심 상권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와 신뢰도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 조사 결과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는 2017년 39.3%까지 낮아졌다가 2018년 43.7%, 2019년 47%로 올라갔다. 원자력 신뢰도 역시 2017년에는 긍정평가가 22.8%, 부정평가가 34.1%였지만 2019년에는 긍정평가가 28.6%로 부정평가(27.6%)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치 논리로 원전의 위험과 공포감을 과장해 왔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값싸고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사회 지도층이 원전의 위험을 강조하다 보니 그동안 원전에 대한 체감적 위험이 실제적·과학적 위험보다 훨씬 컸고 우리 사회도 불필요하게 위축됐다"며 "에너지원이 부족한 한국은 원전 가동으로 인한 이익이 중단에 따른 실익보다 크기 때문에 과학적·논리적 정책결정에 기반해 환경비용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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