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의 사내대출 규모가 3년 새 174억원 늘어난 5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공기업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낮은 연 1~2% 초반대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를 이유로 시중은행에 대출 옥죄기를 주문한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공기업 직원들과 돈 줄이 막힌 서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29일 아시아경제가 금융위 산하 7개 공기업(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서민금융진흥원·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복리후생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622명의 금융공기업 임직원이 총 517억688만원을 사내대출로 받았다. 전년(459억4206만원)보다 12.54% 증가한 것으로 342억1860만원을 썼던 2017년과 비교해도 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품별로 보면 생활안정자금은 302억93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억2396만원이 증가했다. 이용자수도 총 1295명으로 1년 만에 134명(11.54%) 늘었다. 주택자금의 경우 7개 기업에서 214억9750만원이 나갔다. 전년 같은기간보다 25억4085만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327명이 주택자금을 받아 2017년 64명에서 4배 넘게 뛰었다.
금리 인하한 기관서 사내대출 급증…당국 행보와 정반대사내대출은 금리를 인하한 기업에서 유독 증가세가 가팔랐다. 산은은 6개월 이상 근속 정규직원에게 제공하는 생활안정자금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다. 2018년 2.71%였던 금리는 지난해말 1.68%까지 떨어졌다. 초저금리 혜택에 이용자도 급증했다. 전년보다 291명이 늘어난 747명이 저리 대출을 받았다. 같은 기간 대출규모는 152억1738만원으로 45억4328만원이 불어났다.
예보 역시 근무연수가 1년이 넘는 사내직원에 제공하는 생활자금·주택자금 대출 금리를 지난해 각 2.45%에서 2.15%로 인하했다. 특히 주택자금 대출의 경우 35억2800만원으로 8억7800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자금 최대한도가 8000만원에 이용자가 50명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실행한 셈이다.
금융공기업의 사내대출 급증은 가계 대출 총량 제한에 나선 금융당국의 행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막겠다며 새로운 예대율 산정방식 적용을 도입했다. 또 최근에는 시중은행에 대출 관리를 압박하면서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주택담보대출까지 속속 조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당국의 정책과 반대로 사내대출을 운영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만약 부동산 투기 등 정부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용도로 쓰였다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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