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KB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마통)을 보유 중인 최승미(41·가명)씨는 이달 말 대출 만기일을 앞두고 ‘마통을 개설해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기한 연장 시 한도를 20% 감액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 다만, 한도의 50%를 초과해 대출받을 경우 한도 축소 없이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 씨는 당장 돈이 필요없었지만 향후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이자를 지급하고 한도 유지를 위한 대출을 신청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소진률 낮은 마통 한도를 축소하면서 한도 유지를 위해 불필요한 대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 마통을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으로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조이는 분위기 속에서 규제 전 ‘일단 뚫어놓자’는 심리로 신규 개설한 금융소비자들의 한도 유지용 대출도 향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국민과 하나은행은 마통 기한연장 시 한도 유지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마통 특약 조항에 마통 만기일 3개월 전까지의 평균 대출한도 사용률이 10%이하인 경우에는 대출한도 약정금액의 20%를 감액한 후 기한연장한다고 돼 있다. 다만, 기한연장일 기준 대출 잔액이 약정금액의 50% 초과 시에는 감액 없이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나은행도 ‘컵라면 대출’로 불리는 하나원큐 마통을 이용하는 고객에 한 해 대출 기한 연장 심사 시 한도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50% 감액 또는 대출 기간 중 한도 미사용의 경우에는 전액 한도가 감액될 수 있다는 내용의 심사기준을 공지하고 있다.
실제로 마통 만기일이 다가올 때까지 한도만큼 사용하지 않은 고객은 대출 연장 한도 조회 시 1년 전 받았던 한도의 절반이 줄어든다. 하나원큐를 이용한 한 고객은 "줄어든 한도 만큼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된다"며 "임시방편으로 마통 한도 끝까지 대출을 일으키고 며칠 뒤 다시 상환하는 방식을 활용해야만 기존 한도 그대로 연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들은 대출 약관 및 심사기준에 마통 한도를 얼마만큼 소진해야 향후 연장 시 한도 감액 불이익이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커진 만큼 각 지점에서 마통 연장 심사 시 소진률이 낮은 차주에 대해 한도 감액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거나 한도 소진을 독려하고 있다.

"대출 한도 소진 못하면 연장 때 불이익"한 고객은 "마통은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개설하려는 수요가 강한데, 기한 연장시 소진율이 낮아 한도가 감액된다고 안내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대출을 한시적으로 일으켜서라도 한도를 늘려놓을 수 밖에 없다"며 "대출 한도를 소진하지 않으면 연장 때 불이익을 준다는 안내 자체가 부당대출 권유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 부동산 투자 열기 속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겹치면서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 마통은 받을 수 있을 때 최대 한도로 개설해놔야 하는 통장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5대 은행의 신규 마통 개설건수는 현재 일 평균 2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마감일이었던 지난 10일에는 5대 은행의 마통 신규 개설건수가 2500건을 돌파해 평소보다 10% 정도 더 늘었다.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마통 잔액은 46조4464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1분기 가계대출 동향 등의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달 중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 측면에서 마통 한도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마통 한도를 연 만큼 충당금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며 "마통 한도만 열어놓고 소진하지 않는 고객에게 독려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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