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24 10:54

[기자수첩]금소법, 예견된 혼란과 당국의 약속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세칙을 빨리 만들어달라."
25일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늦장에 참다 못한 금융사들이 결국 불만을 터트렸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23일 오후 10개 은행, 11개 생명보험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간담회 분위기는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법 시행 이틀 전까지도 시행세칙이 없어 금융사마다 대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CCO들은 한 목소리로 금소법 시행세칙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A은행 CCO는 "시행세칙없이 법을 시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금융당국을 애둘러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이 국회 통과한 지 1년이 됐는데 당국은 시행세칙조차 마련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전산시스템 구축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실제 금소법 시행으로 청약철회권이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은 철회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도입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담은 문자를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 지, 은행은 문자 발신자 신원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 지 등이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전산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했는데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금융사가 모두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금융사들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김 처장은 "애로·건의사항은 지속적으로 소통해 해결하고 지원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더 빨리 시행됐어야 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수 천 억원의 손실을 본 사모펀드 사태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기존의 금융사 판매 방식과 상품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에 따른 혼란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법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조금 더 일찍 준비했다면 지금의 비판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향후 금소법 안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도와 지원을 하겠다"는 이날 금융당국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져 법 취지가 퇴색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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