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사철 앞두고 전세·주담대 문턱 높아[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봄 이사철과 결혼 시즌을 앞두고 가계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주택 실수요자들의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을 불러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면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미 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은행들이 추가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오후 일부 시중은행을 개별 소집해 전세대출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현황 점검 및 관리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이 가계대출 점검을 위해 올해 개별 은행을 부른 것은 지난 1월 신용대출 점검 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은행 관계자는 "연초 제출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 목표치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지 점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전세대출과 주담대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05조2127억원) 보다 4조6879억원(4.5%)이나 뛴 수치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도 482조2838억원으로 473조7849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보다 8조4989억원(1.8%) 늘었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은 봄 이사철 전세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치솟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금융당국이 이달 중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일괄 적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가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규제 이후 대출이 막힐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막차 편승’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시중銀, 우대금리 축소…속도조절 나서나올해 초부터 전세자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조이기에 들어간 시중은행들은 추가로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서 담보 대출인 ‘우리전세론’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기존 연 0.4%에서 연 0.2%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시행일 이후 신규·기간연장·재약정·조건변경 승인 신청을 할 때부터 적용된다.
신한은행도 지난 5일부터 주금공·HUG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농협은행은 가계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초 신규고객에게 적용하던 연 0.2%의 우대금리 조항을 삭제했다. 또 단기변동금리를 선택했을 때 적용하는 우대금리도 연 0.2%에서 연 0.1%로 축소했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중은행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1년물은 지난달 말 대비 이달 현재 2.4bp 상승했고 6개월물은 5.6bp 올라 상승 폭이 더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조정을 받게 된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발표되면 한층 까다로워진 개인별 DSR이 도입되고, 각종 대출도 철저히 개인소득 기준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주문이 있으면 은행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주택 매매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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