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오는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한 당정의 급속한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에너지 백년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에너지 수급에 필요한 기존 석탄발전소, 원전 의존도를 급속히 줄임으로써 발전업계 부담만 가중되고 국민의 환경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개발 정책도 전면 백지화되고 있어 중장기적 시각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당정 중심으로 탈석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발전사업자 동의 없이 이미 건설됐거나 건설중인 원자력·석탄발전소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에너지전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발전사업 지정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발전사업 철회에 따른 보상 지원금은 원전, 석탈반전소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활용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발전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우려로 이 같은 내용은 삭제하는 쪽으로 당정이 가닥을 잡았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필수적인 원전, 석탄 발전 면허권을 박탈하려는 입법 시도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기술을 신에너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발의도 에너지 전환 과속 추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친환경기술이라며 국책과제로 장려하던 사업을 신에너지에서 제외, 한순간에 폐기 대상으로 몰아붙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탄발전 감축, 8차 목표 3배=정부도 탈석탄,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석탄발전 설비용량을 2020년 35.8기가와트(GW)에서 2034년 29GW, 원전 설비용량을 같은 기간 23.3GW에서 19.4GW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60기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오는 2034년까지 절반 수준인 30기로 줄인다. 8차 계획 목표치(10기 감축)의 3배 규모다.
원전 신규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도 추진한다. 원전은 지난해 24기에서 2023년 26기로 늘어난 뒤 2034년 17기로 감축된다. 이 과정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전면 백지화됐고, 논란 끝에 정부는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오는 2023년 말까지 연장해 공사 재개 여부를 차기 정권의 결정으로 미뤘다.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 가동 확대로 유턴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60기에 달했던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이 불가피하고, 경제성 역시 높다는 이유로 원전 의존도를 다시 높여가고 있다. 일본은 원전 비중을 2017년 3%에서 2030년 20~2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뒤집힌 해외자원개발정책…글로벌 자원전쟁 뒤처질수도=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정책도 순식간에 뒤집히고 있다. MB정부 시절 무리한 자원개발로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일례다. 정부는 광물공사 구조조정을 위해 국회를 설득해 자본금 1조원을 추가 투입하고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폐합을 끌어냈지만 2018년 태스크포스(TF) 권고에 따라 광물공사의 알짜 해외자산을 전부 매각하기로 했다. 호주, 아프리카, 파나마 등의 유연탄, 니켈, 코발트, 구리 광산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향후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특수강 등 우리 제조업 전반에 필요한 자원들이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자원 정책을 포함해 에너지 정책 정반이 정권이 바뀌면 적폐 취급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은 어느 한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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