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 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25일)이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권이 분주한 모양새입니다. 인력을 충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죠. 은행들은 왜 금소법의 시행에 우려하고 있는 걸까요?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하는 게 핵심입니다. 6대 판매규제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 광고 금지를 말합니다.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재산 상황과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할 수 없고, 적합하지 않다면 금융회사가 이를 고객에게 알려줘야 하죠.
그간 6대 판매규제는 일부 금융상품만 적용되고 있었지만, 25일부터는 전 금융상품이 같은 규제를 받게 됩니다. 법을 위반할 경우 상품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어야 합니다.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죠. 또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상품 가입 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고의나 과실에 대한 증명 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규정했습니다.
즉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은행이 받게 되는 페널티도 커진 겁니다. 과도한 규제로 금융회사 처지에선 영업이 위축될 여지도 있고요.
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위법계약해지권이란 금융상품 계약이 판매 규제를 위반한 경우 5년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를 위반했을 때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일 때가 해당합니다.
만약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해지를 요구받으면 10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통지해야 합니다. 거절하려면 그 사유 역시 알려야 하죠. 판매업자가 정당한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됩니다. 폐쇄형 사모펀드도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상품이지만 위법계약일 경우 해지가 가능합니다.
청약철회권과 자료열람요구권도 소비자에게 부여되죠.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에 대한 계약 청약을 일정 기간 내에 철회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투자자문업과 보험에만 적용되던 권리지만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됐죠. 상품별로 정해진 기간 안에 판매한 금융사에 청약 철회 의사를 표시하면 됩니다.
자료열람요구권이란 분쟁 조정이나 소송처럼 권리구제를 위한 목적으로 금융사에 관련 자료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금융상품 판매업자는 계약체결과 이행, 광고, 권리 행사 등 관련 자료를 유지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금소법 시행 이후부터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소비자의 요청을 수용해야 합니다.
강화된 규제에 은행권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입니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부와 법무실 등 각 상품부서를 중심으로 금소법 시행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신한은행도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 운영 현황을 전수 점검하고 관련 내규 선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조직개편을 단행해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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