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8 11:08

'징계 만능주의' 금감원…눈치 살피는 금융사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금융회사에 대한 징벌이 한층 무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칼 끝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향하면서 징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징벌 만능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건수는 475건으로 전년 348건 보다 36% 증가했다. 최근 10년새 기준으로 따져보면 금감원이 원칙적으로 종합검사를 폐지했던 2015년 489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당시 종합검사가 사라지면서 제재 조치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재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기관경고를 포함한 임원 중징계는 윤 원장 취임 후 크게 늘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기관경고는 58회, CEO 및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는 160회에 달한다.
금융사 임원에 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현 임기가 종료된 뒤 3~5년 동안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다.




역대 원장 재임 시절 중징계가 가장 많았던 기간은 권혁세 원장 시절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기관경고는 54회, 중징계는 177회에 달한다.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촉발된 저축은행사태 영향 탓이다.
최수현 원장 시절(2013~2014)에는 기관경고 59회·중징계 137회, 진웅섭 원장 시절(2015~2017)에는 기관경고 37회·중징계 68회, 최흥식 원장 시절(2017)에는 기관경고 23회·중징계 42회 등 징계 수위는 계속 낮아져왔다.
지난해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로 제재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원칙을 깨는 상황까지 초래한다는 데 있다.
징계를 낮추기 위해 금융사들이 눈치껏 피해 배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징계를 받지 않으려면 금융회사가 법률적 결론이나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까지도 어겨가면서 배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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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 법·원칙 무시…금융사들 눈치껏 피해배상
특히 최근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은행, CEO 중징계 이유로 ‘사후 수습과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투자자에 대한 선(先)배상을 비롯한 사적 화해에 나서면 징계수위를 감경해주겠다는 금감원의 우회적 메시지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이사회에서 분쟁조정위원회의 요구를 100% 수용키로 했으며, 진옥동 행장이 문책경고 받은 신한은행도 분쟁조정 절차 개시에 동의했다.
또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키코(KIKO)분쟁이나 자살보험금 시효 문제에서도 법원의 판단과 정반대의 분쟁조정 결정을 내린 다음에 금융사를 압박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보상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지우는 것은 시장질서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최근 "감독당국의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이라는 원칙과 거리가 있어 보이며,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지금 당국의 모습"이라며 "소비자 보호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금융 질서와 원칙을 우선시해야 되는 것이 금융당국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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