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5만원권 발주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는 성향이 커지며 고액권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예상보다 5만원권 수요가 크게 늘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중에서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통상 연간 10조원 규모이던 5만원권 발주량을 지난해엔 16조원으로 늘렸고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도 5만원권 수요가 여전한데다, 사람들이 대면서비스 업종 방문을 꺼리고 현금을 쓰지 않아 한은으로 돌아오는 현금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5만원권 발주량은 20조원을 넘어 25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조폐공사에 발주해 제조한 화폐와 기존에 한은이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화폐까지 더해 시중에 화폐를 공급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등을 거쳐 한은으로 돌아오는 고액권 규모가 크게 줄었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현금으로 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고액권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엔 숙박, 음식업종 등에서 사람들이 돈을 쓰면 관련업종 자영업자들이 번 돈을 현금으로 은행에 입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크게 줄면서 고액권 환수율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에 사람들이 은행예금보다는 고액권으로 자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또한 5만원권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혔다. 금리가 높을 때는 5만원권을 은행에 맡겨 이자 수익을 기대하지만, 금리가 낮을 때는 그냥 현금으로 갖고 있으려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자료 : 한국은행
지난해 한은이 발행한 5만원권은 25조2155억원 규모였던 반면, 한은으로 돌아온 환수액은 6조998억원으로 환수율이 24.19% 수준이었다. 5만원권이 처음으로 발행된 2009년(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도 5만원권 환수율은 저조하다. 올해 1~2월 5만원권 발행액은 약 5조3945억원 규모였던 반면 한은으로 돌아온 5만원권 환수액은 3786억원에 그쳐 환수율은 7.02% 수준에 불과했다. 통상 1~2월은 설 연휴가 있기 때문에 세뱃돈을 주기 위해 고액권을 인출하는 경우가 많아져 환수율이 저조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환수율이 43.58%, 2019년 1~2월 환수율이 55.47%였던 것과 비교해도 올해 5만원권 환수율은 현저하게 낮다. 한은은 "올해는 설 연휴가 2월이었던 만큼 2월까지는 은행들이 5만원권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환수율이 낮았던 것"이라며 "3월부터는 한은으로 돌아오는 5만원권이 1~2월보다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5만원권을 발행해도 족족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일각에선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은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하경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경제주체가 현금으로 번 돈을 보관하는 경우를 뜻하는데, 지하경제로 돈이 흘러갈 정도로 세금제도가 변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등을 받았을 때 은행계좌에 넣어두지 않고, 바로 현금으로 찾아 예비용 수요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5만원권 수요가 높아진 것은 절박한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일본, 독일 등 주요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5만원권 환수율 하락이) 지하경제로의 유입 등 구조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 같은 고액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주량도 크게 늘렸고 문제없이 화폐를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