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기초연금, 초중고 교육비 지원, 건강보험료, 근로장려세제(EITC) 등 전반적인 복지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급 산정 기준에 소득뿐 아니라 주택 등 재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은 납세 부담이 커지고 저소득층은 복지 혜택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서 탈락= 16일 복지포털 ‘복지로’에서 제공하는 모의 계산 서비스를 통해 계산한 결과, 소득이 전혀 없고 대도시에 거주하는 1인 단독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이 169만원이면서 전 재산인 집 한 채가 공시가격 5억원을 넘으면 기초연금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전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시가에 따르면 세종의 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1월 기준 4억1000만원에서 올해 7억2000만원으로 급등했는데, 이 아파트 소유주의 소득이 같다면 기초연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다.
월 소득 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이 더해지면서 소득 인정액이 171만원이 됐기 때문이다.초중고 교육비 지원도 가족 3명이 대도시에 거주하고 근로소득이 400만원이면서 전 재산인 집 한 채가 공시가격 3억원을 넘으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해당 가구의 소득 인정액은 721만원으로 책정됐다.
건강보험료 전액을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도 부담이 커진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무관하게 공시가격 상승만으로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다. 이번 공시가격만 보더라도 서울은 19.91%가 상승해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건보료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북 7.40%, 광주 4.76%, 전남 4.49% 등 전국적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EITC 같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 수급 대상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EITC 대상은 전년도 6월1일 기준으로 가구원 모두가 소유한 재산 합계액이 2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재산 합계에는 주택(국토교통부 공시가격)과 토지(공시지가), 승용 자동차, 전세금, 금융자산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 "사실상 증세…단계적 현실화해야"=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준조세 부담까지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에 의하지 않고 세금을 상당 부분 걷어가는 것"이라며 "명시적으로 세율은 똑같지만 실제로 세율 조정이 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율을 조정하거나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복지 혜택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재산 공제를 확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으로 복지 혜택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경우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복지제도 대상 기준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존 복지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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