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 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돈을 많이 벌고 신용점수가 높아야만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친환경 노력을 기울인 기업은 은행에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요, 친환경 자동차를 담보로 설정한 개인 고객도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죠. 바로 금융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ESG란 Environment·Social·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각각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미합니다. 기업의 행동이 환경친화적이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펼쳐야 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공동체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일종의 철학이죠.
ESG와 유사한 개념이 금융권에 도입된 것은 2000년 영국이 처음입니다. 당시 성장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소비자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의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죠. 이에 연금기금법을 개정해 기업들에 ESG 요소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죠.

7일 국회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실현 당정협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윤동주 기자]
이후 2006년 4월 코피 아난 UN 전 사무총장과 주요 글로벌 연금기금이 ‘사회적책임투자원칙’을 발표하면서 ESG의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됩니다. 거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 중에서도 금융사들이 특히 윤리적인 경영을 펼치면서 사회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 것이죠.
국내에서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ESG에 동참하도록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021년도 녹색 금융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며 12개의 실천과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녹색 분야 지원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고, 전담조직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방침입니다. 또 환경정보와 관련된 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녹색 채권 발행 시범사업도 실시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국·내외 열풍에 국내 금융사도 ESG 경영 박차기업도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당국이 ESG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오는 2050년까지 그룹 전 계열사에 ‘탄소중립’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이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드는 목표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채권 인수 등을 중단하죠. 또 환경파괴나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 사업을 선발해 금융지원을 억제할 계획입니다.

신한은행 역시 9일 ‘기후금융 지지선언식’에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습니다.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중 최초로 지난해 9월 적도원칙에 가입했습니다. 적도원칙이란 대형 개발사업이 환경파괴나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면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협약입니다. 최근에는 ESG 경영을 우수하게 수행하는 기업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을 출시했죠.
KB국민은행의 경우 친환경·사회적 사업을 지원하는 ESG 채권 50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전액은 기후변화 적응, 신재생 에너지 등에 전액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KB금융지주가 ESG 경영 중장기 로드맵을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으로 세우고 20조원인 규모의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언급했죠.
이러한 ESG 열풍은 곧 열리는 금융사별 주주총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권이 이사회 내에 ESG 관련 위원회를 잇달아 신설했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은 지속 가능 경영위원회를, 우리금융은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죠. 신한지주는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ESG 전략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게 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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