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무신사 탈퇴 인증합니다.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탈퇴 인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던 문제에 대해 어설픈 대응과 진정성 없는 사과로 화를 키웠다.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사건은 단순하다. 여성 회원에게만 할인 쿠폰을 제공하자 남성 회원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대응이 뜬금없다. 해명 대신 해당 회원의 계정을 60일간 정지시켰다. 결국 남성 회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남성 회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자 무신사는 사과문이 아닌 ‘안내문’으로 달래며 일을 키웠다.
결국 지난 8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작성했다. 사과 이후 회원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무신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는 사과문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공지사항을 클릭해야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사과문은 더 문제가 됐다. 50여개가 넘는 광고 배너를 넘겨야 사과문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뒤늦게 남성 회원들에게 형평성을 맞추겠다며 지급한 쿠폰도 일부 회원은 받지 못하고 제품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지급 하루 만에 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무신사의 연이은 헛발질에 분노한 남성 회원들은 매일 수십 명씩 ‘탈퇴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한번 문제가 불거지자 과거의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박종철 열사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사과까지 했던 양말 광고는 물론 입점 브랜드 갑질 논란, 스타트업 표절 논란까지 거론되며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무신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열렬한 지지 속에 급성장해 지난해 매출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MZ세대가 핵심 가치로 여기는 ‘쿨’함과 ‘공정성’은 무신사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성장통으로 보기는 어렵다. 변명과 회피만으로 일관해서는 떠나가는 회원들을 붙잡을 수 없다. 핵심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사업의 기본이다. 창업 초기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볼 때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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