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교통신호 위반이 경찰 책임은 아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리소홀 책임을 지적 받고 맞받아친 말이다. 윤 원장은 "우리(금감원)도 책임이 일부 있기는 하겠지만 가장 크다고 볼수는 없다. 소비자들에게 잘못 판매한 판매사 잘못이 더 크다"고 덧붙이며 책임을 회피했다.
물론 많아진 교통신호 위반 고지서의 책임을 경찰에게 물을 수는 없다. 1차적으로는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 비유가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금감원장 입에서 나온 것은 부적절하다. 이번 사모펀드 사고 뒤에는 판매사인 은행이 사모펀드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접근하기 힘든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
금감원도 이 제도적 허점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관리·감독 과정에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교통신호 위반 고지서가 왜 많아졌는지, 도로설계·교통신호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교통사고가 많이 난 것은 아닌지 등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운전자에게 신호위반 책임만 묻는 무책임한 비유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고 판매사에 대한 제재심 진행과 함께 올해 주요 업무과제로 금융회사의 책임경영 유도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 판매사 담당임원(성명ㆍ직책)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도록 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향후 처벌에 모호함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모펀드 사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금감원이 3월25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해 금융회사의 책임경영만 강조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금감원이 급하게 사모펀드 제재심을 열어 은행 최고경영자(CEO) 처벌에만 힘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도로의 한 구간에서 신호위반 사고가 줄줄이 터져 처벌만 강화된다면 운전자는 그 길을 피해갈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이 현재 사모펀드 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과 같다. 금융산업의 발전만 저해할 뿐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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