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게임스톱 ‘숏 스퀴즈(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혹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를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글로벌 금융사이클의 진원지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다.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질리언 테트 칼럼니스트는 한동안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를 넘어설 때까지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Fed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에 대응해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에 신경 쓰지 마세요. 몇 년 동안 공짜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Fed의 메시지가 거품과 빚을 조장해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다.
당초 낮은 금리는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를 보상하는 필요수익률을 낮춰 주식의 근본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거품론이 힘을 얻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미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주가수익(CAPE)비율은 닷컴버블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빚과 인플레이션은 현재 글로벌경제의 가장 큰 화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민간 및 정부부문의 부채(209.8%)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선진국(300.9%)은 20%가 증가했다. 우리나라(252%)도 25% 이상 늘어났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주식시장에서 원유 등 국제상품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록 현재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이나 미래 인플레이션은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다.
통상 기대인플레이션은 국채 수익률에서 (원금과 지급이자를 물가에 연동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제어하는)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을 차감해 추정한다. 이 추정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이미 작년 4분기부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전례없는 확장적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수요측 요인만은 아니며 공급측 요인도 있다. 국제교역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선복량이 부족해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차량용 반도체부족으로 전세계 완성차 생산은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2020년 4분기부터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는 추세도 공급측 요인을 시사한다.
최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장 등은 민주당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가져올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당초 Fed의 기대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초래할 불확실성이 우려 요소다. 21세기 낮은 인플레이션을 기반으로 구축된 글로벌 금융생태계에서 중심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어떻게 돈이 이동할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도 자산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저금리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의 저금리정책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보다는 집값 등 자산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명목 GDP를 광의통화(M2) 통화량으로 나눈 유통속도는 한미 양국에서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가 마침내 반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풀린 막대한 돈이 자산시장에서 실물부문으로 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명 인플레이션은 올해의 논쟁거리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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