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2.07 09:52

KB 이어 하나도 배당성향 20%…실적 쑥쑥 금융지주 배당 축소 '도미노'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불어난 대출과 주식투자 열풍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배당성향은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20% 이하로 낮추는 분위기다. 유례없는 금융당국의 배당 삭감 압박에 실적이 좋은 금융지주들은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고민이 깊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3조4552억원으로 4.3% 증가했지만 배당은 오히려 축소했다. 배당금은 주당 1770원으로 결정돼 2019년 2210원 보다 20% 감소했다. 배당총액은 6897억원으로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20%다. 배당성향 역시 2019년 26%에서 2020년 20%로 6%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순이익 2조6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한 결과를 발표한 하나금융 역시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거둔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줄였다. 하나금융은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결의했다. 배당 성향 축소로 주당 배당금은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딱’ 맞춘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확대한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지금까지 배당에 대해 구두 권고를 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아직 배당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신한·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특별 권고’가 있었던 만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정책을 3월 초 이사회로 미룬 상황이다.
다만, NH농협금융의 상황은 다르다. 2019년도 배당성향이 28.1% 였던 농협금융은 조직구조 특성상 배당의 대부분이 농민들이 주축인 조합원에게 돌아가는데,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축소할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운 농가 지원이 축소되는 부담을 안게된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배당이 농민들의 이익과 연결된 만큼 오는 1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특수 상황을 내세워 당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성난 주주 달래야 하는 숙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자본시장 논리에 반하는 금융당국의 배당정책 개입에 금융지주들은 최대 이익에 따른 성과 보상을 받지 못한 성난 주주들을 달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주주 이탈로 이어져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 중인 KB금융과 같이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반기에 못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하반기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금융지주) 및 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저해하는 무리한 개입행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가치의 중요한 평가기준인 배당이 주주들의 이익이 아닌, 당국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배당성향 자체를 당국이 결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소송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나 정치권 등에 의해 금융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일부 주주가 경영진을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거나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주주 반발 등을 우려해 내부적으로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