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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 옥죄기가 풀리면서 연초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주식·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인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해말 한시적으로 한도 축소 및 판매 중단 등으로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폭발한 데다 금융당국이 1분기 내 가계부채 추가 규제에 들어갈 것을 예고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4조3737억원을 기록, 지난해 1월과 지난달 대비 각각 62조9788억원, 4조2198억원 늘었다.
지난달 코스피가 3000을 넘는 등 주식시장 활황이 나타나면서 신용대출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1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2400억원을 기록, 지난해 12월보다 1조5918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은행권의 대출 축소 분위기 속에 443억원이나 감소했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는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역시 1월 말 476조3679억원으로 직전달보다 2조5830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마통) 개설도 급증했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만 마통이 4만3000개 넘게 새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연말 하루 1000건 수준에서 1월에는 하루 2000건 이상으로 신규개설 건수가 두 배나 늘었다. 이에따라 지난달 마통 대출 사용액은 지난해 말보다 1조2148억원 증가했다.대출 증가세 계속…왜?
1월 틈새 이용해 고객들 "미리 받고 보자"
삼천피 시대 투자심리 자극지난해 말 과도한 가계 빚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권이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관리를 강화했지만 연초 규제가 다소 느슨하게 풀어진게 대출증가 ‘틈새’를 만들었다. 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 제도 도입을 예고하면서 앞으로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대출 규제가 추가되기 전에 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받아놓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여기에 주식,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고공행진 하면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끌어다가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려는 투자심리가 들끓었다.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깜짝 놀란 금융당국은 올해에도 은행권에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 안팎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10%에 가까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초부터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축소 같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통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말 우리은행도 마통 한도를 기존 8000만∼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였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마통 대출을 비롯해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5000만원 낮췄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직장인 대상 마통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최저 금리를 연 3.0%로 상향 조정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100조5000억원 증가해 한국은행이 통계 작성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는데 연초 급증세에 자칫 지난해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면서도 “대출 추가 규제안이 나오면 급증세가 수그러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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