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10 11:07최종 업데이트 20.02.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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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조건...전염병 유행 전 개발, 국제사회 도움, 개발이 많이 된 후보 선택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매년 겨울철 감기때문에 야기되는 복합증상으로 사망하는 사람수는 세계적으로 29만명에서 6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795명에서 1781명이 사망하는 것이다. 이렇게 흔한 계절감기를 고려한다면 중국 우한 지방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은 지난 18일동안 37552명이 감염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감염성 전염병 전문가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는 새로 나타난 바이러스들이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할까 염려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 더 이상 번지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뉴스를 종합해 보고 신종 바이러스 백신개발의 어려움에 대한 사실을 에볼라를 예로 들어 제시했다.
 
1월 22일부터 집계를 시작한 발병자수와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아래 그림 1). 처음에는 바이러스가 동물 숙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예들이 확인되자 가족과 같이 접촉이 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며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사람과 사람사이에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보건위생시설이 취약한 나라에 전염되어 추가적인 감염자와 추가적인 변종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 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누적 집계. 2월 9일 11:00 GMT. 총 3만 7594명이 감염됐으며 6196명이 위급한 상태이고, 814명이 사망했음. 선형척도로 나타낸 그래프로 2월 5일부터 환자수 증가세가 약간 감소하는 듯한 추세를 보임(출처=worldometers).
코로나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반복해 현재와 같이 사람에게 전파력이 크면서 치사율이 낮은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아직 감염자들이 10만명을 돌파하는 하지 않았으며 환자들이 주로 중국 본토에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감염자수가 감소하는 추세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 누계는 뉴스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2월 5일부터 감염자수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며칠 사이에 이 추세가 확연해 지기를 바란다. 
 
전문가들은 보건위생시설이 잘 정비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위생시설이 낙후한 곳에서 이 바이러스들이 창궐하고 돌연변이가 추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신종 전염병이 나타나면 일부 제약회사들에게 신약을 개발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우한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진단하기 위한 시도들이 나타났다.

에이즈(AIDS) 치료약과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병용해 치료한 경우와 한국 회사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성공사례로 보도됐다. 몇 제약회사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도 뉴스를 통해 소개됐다. 이 치료약들은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이번 기회에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약과 함께 백신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재고하게 된다. 현재 가용한 백신 중 어느 것도 새로 나타난 우한 바이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및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는 없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백신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고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회사들에 대한 뉴스가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회사들이 백신을 개발해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런 뉴스를 흘린 회사들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작은 제약회사들이며 다국적 제약회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왜 큰 회사들은 이렇게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백신을 개발하지 않을까?
 
백신을 개발해 판매승인을 받으려면 해당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승인과정이 복잡하고 길다.

예를 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으려면 최소 4~6년간 소요되는 임상시험을 시행해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백신이 만들어져 임상시험을 하려고 할 때 다시 창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 의미 있는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백신 후보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임상시험을 통과해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지극히 낮으므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런 단발성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작은 회사들은 개발을 시도하며 뉴스를 제공하고 이 기회에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유입하려고 애쓴다.
 
되돌이켜 보면 2002~2003년 사이에 나타났던 SARS나 2012년에 나타났던 MERS에 대한 백신을 만든다고 선포했던 회사들은 있었으나 아직까지 승인을 받은 백신은 없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니에서 시작돼 리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 퍼졌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돼 승인을 받은 역사를 살펴보면 신규 전염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전염병이 나타나기 이전에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전염병이 나타났을 때 개발이 마무리된 후보 백신이 있다면 효능을 시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적응이 잘 되지 않은 사람에게 비교적 새로운 바이러스며 치사율이 초기에는 약 100%였다. 이 전염병은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한정돼 있었지만 일부 연구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바이러스를 채취해 백신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① 2003년: 캐나다의 국립연구소(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능력이 있는 바이러스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코트 성분인 당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rVSV-EBOV)를 만들었다.

② 2005년: 마카키 원숭이를 이용한 전임상시험을 실시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예방효과를 보여주는 항체생성과 감염예방효과를 증명했다.

 2010년: 캐나다 국립연구소에서 NewLink Genetics 사에 특허를 20만 달러(약 ~2억원)와 약간의 로열티로 판매했다.

 2013년: 기니를 비롯한 주변국에 가장 방대한 에볼라 전염병이 퍼졌다. 10여개의 회사들이 에볼라 백신개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14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람에게 시험해보지 않은 rVSV-EBOV 백신을 사람에게 사용해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했으며 캐나다 정부에서 500명 접종분을 WHO에 기부했다.

 2014년 10월: NewLink Genetics가 가봉, 케냐, 스위스, 미국, 캐나다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1상 시작했다.

 2015년 3월: 임상시험 2상과 3상을 기니에서 동시에 실시했다. 2상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3상은 의료진 혹은 환자들과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때 백신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임상시험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조군(control arm)을 생략했다. 상황이 그렇게 급박했다.

 2016년 1월: GAVI와 MERK사는 머크사에서 에볼라 발생시 백신을 제공하다는 조건으로 5백만불을 받아 임상시험 3상을 마쳤다.

 2016년 12월: 임상시험 3상 결과 발표; ~100% 예방효과 있다고 머크에서 발표했다.

 2017년 4월: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미국약학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전문가들의 재분석결과 효능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없으며 ~100% 예방효과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Control arm이 없었고 대체용으로 사용하려던 그룹에서도 예방효과가 나타나 효능에 대한 확신이 의심스럽게 됐다.

 2018-2019년: 사람의 도리에 근거한 사용(compassionate use protocol)에 따라서 승인되기 이전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긴급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이 허용됐다.

 2019년 4월: 규모가 2016년 임상시험보다 크게 환자들에 접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한 결과 97.5% 예방효과가 있다고 판단됐다.

 2019년 9월: 머크사에서 미국 FDA 신약판매승인을 신청했으며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  미국 FDA가 신약판매를 승인했다.
 
둘째,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에볼라 백신개발 과정에서 보듯이 위기상황에서는 WHO와 당사국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사를 지원한다. WHO에서는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해보지 않은 백신을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문제에 봉착한 국가인 기니에서도 백신을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현재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문제에 봉착한 중국에서 서방세계에서 개발한 백신을 사용하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가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FDA나 유럽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의 허가를 받을 만큼 꼼꼼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을 것이다.
 
셋째, 효능이 가장 좋을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 임상시험용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임상시험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어느 후보도 효능을 장담할 수 없으므로 개발이 가장 많이 된 후보가 선정될 것이며 그에 대비하고 있거나 임상시험을 외부의 도움없이 시행할 자금이 있어야 한다.

2013년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당시까지 없었던 방대한 규모로 나타났을 때 시작한 백신개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임상시험 1상까지 밖에 끝내지 못했다. GSK만 임상시험 3상까지 마쳤으나 MERK사만 신약판매승인을 획득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후보들은 임상시험 1상도 치루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상시험을 하도록 여건이 만들어 지려면 ①에볼라 경우처럼 환자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②사망자들이 많이 나타나야 하며, ③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용인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충분히 많은 환자들이 발생해야 한다.

이 세가지 조건이 갖춰 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백신을 제조 기술, 한국정부에서 백신 지원사업의 정도, 우한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제작 필요여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위에 기술한 내용으로 대답이 됐으면 좋겠다. 
 
한편, 이와 별도로 의사 리원량(34)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을 표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를 동료 의사들이 보는 사회관계망에 올렸으며 그 결과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에 불려가 유언비어 유포자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언론통제의 예로 보이며 자랑스럽지 않은 면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는 일이 관습처럼 나온 것처럼 보여진다. 의사 리원량은 자신이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권력에 굴종하는 현명한 비겁자(yes man)가 아니라 절대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진실을 말한 전문가로 기억될 것이다.

이 의사의 행동은 인류의 안녕을 위해 이바지한 귀중한 공헌으로 의사와 전문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중국인들과 인류에 기억되기를 바란다.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내외적인 심리전과 홍보전을 수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각 국가 지도자들은 거짓과 협상을 도모하며 가끔 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면 그 때마다 진실에게 빚이 쌓이고 그 빚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때가 온다.

우한 바이러스는 진실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어떤 빚을 쌓고 있으며 그 결과 인류가 치루게 될 대가는 무엇일까?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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