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18 06:52최종 업데이트 21.07.15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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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네바다주에서 원격진료 경험해보니…원격진료 선행조건은 정확한 처방약 배달서비스

[칼럼] 민두재 고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필자(민두재 고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방문교수로 미국 네바다 주립대의 국책사업인 telehealth(원격진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다양한 형태의 원격진료가 행해지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교통이 불편한 네바다 지역에 화상진료를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보험체계는 크게 민간보험과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의료인 메디케어로 돼있다. 상대적으로 민간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건강보험이 주인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네바다 주는 미국 의료 분야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지역으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네바다 주의 원격진료는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그룹의 옵텀(Optum)이라는 민간 의료기업을 통해 2014년에 시작됐다. 2018년에 5000명이었던 원격진료 환자수가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에는 5만명 이상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반면 코로나19 유행 전에 한국의 원격진료는 몇차례 시범사업을 진행한 것 외에는 전무했다. 그 배경에는 의료법상 원격진료가 불법적인 부분이 있어 시행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주거지 근처에 다양한 병의원들이 밀집돼 의료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국의 의료체계 탓이다. 

한국에선 2020년 2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재진환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전화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격진료가 시작됐다. 화상진료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원격진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다양한 임상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화상진료가 아닌 전화처방으로 한정하고 환자의 초진진료를 불허해 반쪽자리 원격진료에 머물렀지만, 지난 12월 15일자로  감염병예방법과 보건복지부 공고를 통해 화상진료 및 초진환자 진료도 가능해지면서 원격진료에 한걸음 다가섰다.

미국에서 경험해보니 원활한 원격진료를 하기 위해선 원격진료 자체 보다 안정적인 처방약의 배달이 선행돼야 한다. 네바다의 경우에는 에픽(EPIC)이라는 전자처방 시스템을 보험회사와 병원, 약국이 공유함으로써 바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전자처방전이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팩스로만 약국으로 처방전 전달이 가능해 처방부터 처방전 전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지역 내 약국체인점 외에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아마존을 통해서도 처방약을 받을 수 있도록 약품전달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다. 당일배송이 가능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바탕으로 약국방문 없이 항시 처방약을 배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집에서 처방약을 당일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약 배달에 대한 시스템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아 환자 개개인이 책임지고 약품을 배송해야 하는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원격진료가 시행되려면 안전하고 정확한 처방약 전달이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같은 성분의 약이라고 생산하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의사의 임상적 경험과 고도의 전문가적인 지식을 통해 처방된 약이 변경돼 배송되거나 배송이 지연되어 약물에 변질이 오면 환자의 진료권을 훼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인터넷 약국이 허가가 되지 않았다. 의사가 처방하는 수천가지의 약물을 모두 비축하거나 배송물류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개인약국으로는 원격처방의 약품을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맞춰 의료계가 주도하는 원격진료를 논의해보려고 하고 있는 단계다. 원격진료의 선행조건이라면 처방약 당일 배송이 가능한 대규모 인터넷 약국이 필수적일 것이다.

네바다주는 미국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아마존 배송이 제공되는 않는 지역도 상당수 있다. 그런 지역은 어떻게 약을 전달하나 살펴보니,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지역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와 지역 내 약국, 그리고 진료의사와의 협력을 통해 처방할 수 있는 약의 종류를 전산상에 미리 한정해 놓음으로써 효율적으로 처방 약품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만약 인터넷약국이 불가능하다면 이런 미국의 지역단위 원격진료 모델을 한국에서도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내 약국과 병원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처방약의 종류를 미리 공유한다면 소규모 약국에서도 원격처방에 대한 안정적인 약물전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원격진료 처방의 지역적 범위를 한정 할 수 있어 원격진료로 인한 대형병원들의 의료독과점을 예방하며, 한국형 상생 원격진료 모델로도 발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두재 # 고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민두재 교수 #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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