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의협 회무 참여 기회 늘리고 9억 기금 회수 추진 및 정책연구원 설립…전공의노조는 교섭 신청 본격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성존 회장,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정사태를 계기로 각성한 전공의들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이 의료계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의 새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미지수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9일 대의원회 정기총회에서 청년 의사의 대의원 및 집행부 참여 확대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김은식 부회장이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라 시·도지부 대의원은 3인 중 1인은 만 40세 이하 청년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 또 집행부 내 상임이사의 15% 내외를 청년 의사로 포함하도록 하고 이 중 3인은 대전협의 추천을 받게 했다. 그간 낮은 비중에 머물렀던 청년 의사의 대의원·집행부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다.
전공의 회무 참여 확대, 의료계 단합에도 긍정 영향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동시에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전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사단법인 대전협 설립 안건이 의결됐다. 일각에서 의협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수순이란 해석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조성된 기금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금은 약 9억원 규모로, 회수될 경우 협의회 운영의 재정 기반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관련 기사=의약분업 투쟁기금 ‘9억’, 사단법인 대전협 품으로?]
지난 3월 초에는 대전협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도 출범했다. 초대 원장은 박창용 대전협 정책이사가 맡았다. 연구원은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과 달리 전공의 및 젊은 의사 관련 정책을 별도로 생산하는 전담 조직으로, 관련 정책 연구와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제1호 연구과제로는 ‘보호수련시간(Protected Time)의 보장을 위한 전공의 수련 과정 개편안’이 선정됐다.
이처럼 재정 기반과 정책 생산 기능이 동시에 강화될 경우 전공의들이 의협 대의원회와 집행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지역의사회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들을 보면 능력이 뛰어나다”며 “의료계의 단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 영역에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별도로 지난해 9월 출범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공의노조는 최근 백중앙의료원과 한림대의료원 등을 상대로 교섭을 신청했다. 병원 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던 전공의들이 이제는 병원 경영진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노조는 교섭을 통해 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수련환경 등 전반적인 근로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등을 거쳐 쟁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의정사태 여파 종료 후 '지속가능성'이 관건…3년 전 대전협 회장 선거엔 출마자 '전무'
대전협이 발족을 준비 중인 ‘젊은의사협의체(JDN-Korea)’는 이 같은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조직으로 주목된다. 기존에는 젊은 의사들을 포괄하는 공식 조직이 사실상 대전협으로 한정돼 있었고, 수련 종료 이후에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다만 이 같은 젊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의정사태의 여파가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전협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출마자가 없어 회장 선거가 연기될 정도였고, 젊은의사협의체 역시 과거에도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있다. 전공의노조도 병원과의 관계 부담 등으로 각 지부를 이어갈 후임자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전협 등 의료계 단체 활동이 의사 개인의 커리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책이 봉사직에 가깝게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효용감을 주느냐가 지속가능성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