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17 06:31최종 업데이트 21.06.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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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허가...환자들은 당장 기대보다 치매 악화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최선아 원장 "부작용과 용량 검증 필요해 FDA 조건부 승인...아직 가야할 길 멀지만 연구 활성화 기대"

이태규신경과의원 최선아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바이오젠(Biogen)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헴(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한 것은 이번이 2003년 이후로 매우 오랜만으로, 미국에서 판매될 약값은 연간 5만 6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승인은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3가지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아두카누맙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상당한 용량 및 시간 의존적 감소를 보인 반면 연구의 대조군 환자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의미있는 감소가 없었다.

아두카누맙은 가속 승인 경로로 승인됐으며, FDA는 약물의 임상적 혜택을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을 수행하도록 요구했다. 새 임상연구에서 임상적 증세 호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FDA는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 

아두카누맙의 처방 정보에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에 대한 경고가 포함됐다.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는  뇌의 일시적 부종 현상으로 대부분 시간이 지나서 호전됐지만 두통, 정신 혼란 현상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소수에서 중대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임상연구에서 용량에 따른 명확한 효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FDA의 승인 결정에 앞서 자문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약물 승인에 반대 의견을 표했으며, 자문위 소속 의사 3명은 3월 미국의사협회지(JAMA)를 통해 승인 반대 의견을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FDA의 아두카누맙 조건부 승인에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국내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을까. 이태규신경과의원 최선아 원장(신경과 전문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두카누맙 승인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아두카누맙의 추후 임상연구가 임상적 효과를 확실히 규명해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다면 이제까지의 증상적 치료에 집중됐던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를 좀더 근본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거나 생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FDA의 조건부 승인으로 이에 관한 연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그 시간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이 약의 대부분의 연구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알츠하이머 병의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환자에게 이뤄졌으므로 환자들에게 적용될 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군에게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에서 이 약물을 투여하려면 추가 임상연구가 완료된 이후 국내 연구를 통해 단계적으로 처방돼야 하므로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 약물이 국내에도 들어오려면 FDA 통과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FDA 자문 의학자들이 승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두카누맙의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연구에서 연구의 주관자인 바이오젠은 2019년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일부 환자들에게 연구를 연장해 진행한 결과에서 검사상의 수치가 더 좋은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FDA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로서 조건적 부분적 승인을 한 것이다. 

FDA 자문 전문가 의학자들은 검사결과 뿐 아니라 임상적 증세 호전이 일관되게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 승인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연구에서 일관된 결과가 있어야 임상적 효과 부분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약물에 대한 일부 연구에서는 임상적효과를 규명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FDA는 "완전한 승인이 아니라 추가 임상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이 약물이 작은 첫 시작은 될 수있으나 임상적 효과를 확실히 규명해야 하는 단계를 마쳐야만 치매 치료제로써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이 약물과 비슷한 기전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표적치료제에서 약물이 무균 뇌염을 일으키거나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의 ARIA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IA는 이 약물을 사용했을 때 MRI상에서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가 관찰되는 것을 말하는데, 뇌의 혈관탓부종(vasogenic edema)과 고랑삼출물(sulcal effusion)의 ‘ARIA-E’, 미세출혈과 혈철소증(hemosiderosis)의 ‘ARIA-H’를 보이는 경우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MRI 사진상으로 주로 관찰됐고 환자가 느끼는 증세로는 두통, 어지러움, 망상, 혼란현상, 오심 등이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서 호전됐지만 지속적인 경과 관찰은 필요하다. 또한 과민성으로 인한 혈관부종, 두드러기도 연구 과정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부작용이 파악돼야 한다.

당장 환자들에게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떠나 신약을 승인할 때 중요한 효과와 부작용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치매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알츠하이머병 치매라고 해도 그 기전과 증세가 상당히 다양해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웠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이제까지 2003년 이후로 임상적 성공을 거둬 FDA에서 승인한 치매 약물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조건부 승인은 가뭄에 지친 치매약물 시장에 작은 희망이 비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섣불리 좋은 효과만 기대하기보다 약물이 안전한지, 또 많은 비용을 치르고 투여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계속 연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고통을 받고 있는 치매환자들과 가족들은 신약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질 것이다. 의료진도 하루라도 빨리 좋은 치료제가 나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번에 부분적 승인이 된 약물조차 해결해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에 당장 현실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치매 치료는 약물 한 가지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에 맞춰 치매를 악화시키는 여러 위험요인 및 악화요인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조절하고 뇌졸중 예방, 우울증 치료, 수면장애 치료 등이 병행돼야 한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등이 필요하고 뇌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적절한 육류의 건강한 식단도 신약 개발 만큼이나 중요하다. 신약 개발을 위해 전 세계의 뇌과학자들이 노력하는 동안 지금 당장 치매환자와 가족들은 치매를 악화시키는 환경을 조절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길 바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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