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22 07:28최종 업데이트 26.05.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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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방지약 약가 10% 올렸지만... "필수약 수급 불안 해소엔 부족"

복지부 약가 인상 긍정 평가 속 적자 구조 한계 지적…공급망 컨트롤타워 등 국가안보 차원 접근 필요

사진=챗GPT 생성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의료계에 국가필수의약품 공급과 사용 관련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약가기준을 최대 10% 인상하며 생산 유인 확보에 나섰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는 반복되는 공급 차질을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료비와 제조비 상승 폭을 고려하면 일부 품목은 여전히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에 놓여 있어, 단순 약가 인상을 넘어 원가연동형 가격체계와 장기 공급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항생제, 해열제, 소아용 의약품, 마취제, 수액제, 항암 보조제 등 진료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공급 차질이 잇따르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필요한 약제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대체약을 사용하거나 처방을 조정하고 있다.

필수의약품은 대체 가능한 품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공급이 흔들리면 단순한 재고 부족 문제를 넘어 진료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은 대체 치료제 검토와 처방 변경 부담을 떠안게 되고, 환자 치료 연속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올해 5월 퇴장방지의약품의 약가기준을 최대 10%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공급 중단 우려가 있는 필수의약품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기업들의 생산 지속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제도는 8월 1일부터 시행되며, 내복제 기준금액은 기존 525원에서 578원으로, 주사제는 5257원에서 5783원으로 상향된다.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을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가산 제도를 새롭게 도입해 생산 중단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공급 안정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근본 대책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이미 원가 상승 폭이 누적된 상황에서 10% 수준의 약가 조정만으로는 생산 중단 위험이 있는 품목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상은 의미 있는 신호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료비와 제조비 상승 폭이 더 크다"며 "일부 품목은 여전히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반복되는 수급 불안의 배경으로 낮은 약가 구조와 생산 유인 부족을 꼽았다.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 상당수는 오래전 책정된 낮은 가격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원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 생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일부 품목은 기업이 생산을 이어갈수록 손실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익적 책임 때문에 생산을 이어가는 품목도 있지만 기업의 희생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생산할수록 손해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단순 약가 인상이 아닌 원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약가 체계와 장기 공급계약 기반의 가격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수의약품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시장성만으로 안정적 생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가 일정 수준의 공급 안정성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료의약품 공급망도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국내 제약산업은 원료의약품 상당 부분을 중국과 인도 등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발생 시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가 간 물류 차질과 원료 수급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지적됐다. 정부는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독려에 나섰지만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의약품 문제를 단순 산업 이슈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수급 불안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국가 비축 확대, 원료의약품 국산화 지원, 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나 에너지 공급망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하면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공급망은 여전히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는 측면이 있다"며 "필수의약품을 단순 상품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 인프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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