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28 10:02최종 업데이트 21.06.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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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공포 떨게했던 '에이즈' 40년, 국내 환자는 약1200명

유병률 낮지만 신규 감염 줄지 않아 2019년 최고치..낮은 진단률∙예방요법 제한적 급여 기준 지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에이즈(AIDS) 환자가 처음으로 보고된 지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1981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주간 보고를 통헤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 에이즈는 그간 전세계에서 3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치료제가 없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에이즈에 걸린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후 치료제가 개발됐고, 4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약물 치료를 통해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세계적으로 신규 감염자 수도 감소 추세다. 2019년 기준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HIV바이러스에 신규 감염된 사람은 17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23% 줄어든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감염자 수는 2019년 기준 1만3857명으로 유병률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신규 감염 신고건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내국인 HIV 신규 감염자는 1985년 처음으로 확인된 이래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다 지난 2013년 1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2015년 1081명으로 정점을 기록했고 2019년까지 1000명대 언저리를 오가고 있다. 외국인까지 포함할 경우 2019년이 1222명으로 가장 많은 감염자가 신고됐다.
 
자료=질병관리청, 재구성=메디게이트뉴스
사회적 편견 탓 검사 꺼려...미국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검사 독려하기도

전문가들은 이처럼 신규 감염 신고건수가 줄지 않고 정체돼 있는 이유를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검사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에 발견해 약물 치료만 받으면 비감염인과 비슷한 수명을 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위험도 없지만 왜곡된 인식이 감염자 조기 발견을 통한 확산 방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김신우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병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지만, 에이즈는 진단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한다”며 “감염 고위험군인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은 1년에 한 번 정도, 혹은 파트너가 바뀌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들이 에이즈 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김태형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받으라고 촉구하기도 했었다”며 “유명 인사들이 에이즈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PrEP로 예방 가능하지만 ‘보험 기준’ 제한적…고위험군 전체로 확대 필요

에이즈는 예방도 가능해졌다.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이들의 경우, PrEP(노출전 예방요법)를 통해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WHO는 PrEP를 에이즈 예방법으로 적극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과 대만은 PrEP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보험 적용 기준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PrEP 보험 적용 대상을 HIV 감염자의 성관계 파트너로 한정하고 있다. 예방할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방 약제에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에 보수적인 편”이라며 “심평원 입장에선 예방약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이 제한적인데다, 보험 적용이 되더라도 가격이 비싸 복용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rEP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했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동성애 남성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PrEP를 보급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단 결론이 나왔었다”며 "보험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다른 방식을 활용해서라도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 검사 ‘차질’…장기적으론 1, 2차 의료기관도 역할해야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에이즈 진단률이 더 낮아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을 찾기 어려워진데다 보건소 역시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최준용 교수는 “전국 보건소는 HIV 무료∙익명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감염자들을 찾아내는 주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고위험군 가운데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던 이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선 병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1, 2차 의료기관에서도 관련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교욱과 홍보를 해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신우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 에이즈 예방을 위한 PrEP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1, 2차 의료기관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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