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1.02 16:01최종 업데이트 26.11.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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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가이드라인 어떻게 만들어질까?…해외사례 살펴보니

미국·일본·영국 사례가 보여준 의료수사 원칙…진료 연속성과 최소 수사 원칙이 핵심

안덕선 원장 "증거 인멸 우려 없는데 의료과실 전제한 소아응급실 강압 수사 근절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사태로 정부과 경찰청이 나서 '필수의료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신설될 구체적인 지침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응급의료 관련 수사 가이드라인 편찬 사례가 없다보니 해외 가이드라인이나 수사 제도 개편 사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앞선 해외에서도 이번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사태와 비슷한 사례들이 존재했다.  

2017년 미국 유타대학병원과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청은 병원 진료인력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받지 않고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타대학병원은 경찰이 환자 진료 구역에 자유롭게 출입해 수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는 2017년 해당 병원을 수사하러 온 경찰이 간호사에게 교통사고 환자 혈액 채취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당 간호사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가이드라인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 인력과 응급실 직원 간의 상호작용은 응급실에서 제공되는 법 집행 및 의료 서비스의 성격 때문에 병원의 다른 구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따라서 응급실 수사는 서비스의 효율성과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다른 구역과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타대학교병원과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청 수사 절차 협의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은 병원 응급실 수사 전 병원 당직 관리자, 병원 상주 경찰관 등과 사전에 반드시 상의를 해야 한다.  

이후 각 기관은 수사 진행 상황과 사건 정황이 담긴 문서를 작성해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경찰은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실에 곧바로 진입하지 않고 먼저 접수처에 도착해 도착과 수사 사실을 현장에서 다시 고지해야 한다.

만약 경찰과 응급실 직원 사이에 환자 접근 또는 정보 제공 요청과 관련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 다툼을 피하고 병원 당직 관리자를 호출해 대응해야 한다. 

다만 증거와 진술을 적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강력 범죄 상황에선 예외가 적용된다. 

경찰은 ▲총상, 찔림 등 강력 범죄 피해자가 응급 진료를 필요로 하는 상황, ▲증거 보전, 증거 연속성 확보를 위해 사망자 시신을 경비해야 하는 상황 등에선 당직 관리자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응급실에 진입할 수 있다. 

 
일본의사협회지(JMAJ)에 발표된 '후쿠시마현립 오노병원 사건(The Case of Fukushima Prefectural Ono Hospital From the Standpoint of the Special Counsel)' 보고서.


일본에서도 이번 아주대병원 압수수색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4년 제왕절개 수술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2006년 일본 경찰은 수술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직접 체포하고 현장 수사를 실시했다. 

해당 사건의 여파는 상당했다. 이 사건 이후 2008년 8월 후쿠시마 지방법원이 해당 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의료진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의사들 사이에서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확산됐다.   

일본의사협회지(JMAJ)에 발표된 '후쿠시마현립 오노병원 사건(The Case of Fukushima Prefectural Ono Hospital From the Standpoint of the Special Counsel)' 보고서는 당시 경찰의 수사와 의사 구속 과정이 부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노병원 사건 특별 변호사로 활동한 니혼의과대학 사와 린타로(SAWA Rintaro) 산부인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검찰 측이 기소 근거로 삼은 감정서는 주산기(perinatal) 의학이나 태반 병리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 병리학자들의 의견에 치우쳐 있었으며, 유착태반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도피 우려나 증거 인멸의 염려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형사사법 체계의 관행인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강제 구속' 방식으로 수사와 구금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에 병원 측이 작성한 내부 조사 보고서조차 진실 규명보다는 '유가족 보상'을 명목으로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경찰 수사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복잡하고 특수한 의료 사고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곧바로 개입하기보다, 각 현 단위나 전문 의료기관 협의체가 제3자 전문조사 기구를 구성해 이를 통해 먼저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진료 현장에 대한 성급한 형사 강제수사를 지양하고, ‘의료사고조사제도(2015년)’를 도입해 처벌보다는 제3자 기구를 통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도록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도쿄대학교 대학원 히데오 야스나가(Hideo Yasunaga) 보건운영정책학과 교수는 '일본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개입(Legal intervention against medical accidents in Japan)' 논문에서 "경찰이 의학과 그 실무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의 동기는 환자와 유가족에 대한 연민일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사고와 관련된 범죄의 범위를 경찰이 결정하는 것은 의사들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영국 윌리엄스 보고서중 지필자 노만 윌리엄스 교수가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제러티 헌트 장관에게 보낸 편지 내용. 윌리엄스 교수는 진료 중 악결과는 보통 개인에 의한 한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지 않으며, 경찰 수사가 의료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줘 이는 결국 환자 안전에 해가 된다고 전했다.  


영국은 의료과실치사상과 관련한 형사기소 등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2018년 일명 ‘윌리엄스 보고서(Independent report, Williams review into gross negligence manslaughter in healthcare)’ 형태로 권고안을 내놨다. 

의료인들이 단순 실수로도 중과실치사로 기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신 진료 자체가 위축되고 환자 안전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계기였다. 

보고서는 의료 처벌을 피해 가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예외적으로 나쁜 소수 사건'에만 형사 수사를 집중하고, 나머지는 시스템 요인까지 보는 '학습 중심의 조사로 풀어 가자'는 공정한 책임 모델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의료수사는 길고 복잡해서 (의료진에게)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일컫으며, 유죄 판결 자체 보다 수사가 의료인의 공포를 키웠다고 봤다. 어떤 사건이 수사·기소되는지 자의적이고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주요 권고사항은 ▲검시관, 재무부 법률고문, 의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의료중과실치사 법리 설명문을 만들고 이를 반영해 경찰 수사 지침 갱신 ▲수사 초기 전문가 의견 반영을 위해 왕립의과대학이 감정인 교육 표준 마련 ▲병원 내부 조사 강화 등이다. 

보고서를 담당한 노만 윌리엄스(Norman Williams) 교수(외과 전문의)는 보고서에 실린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제러티 헌트(Jeremy Hunt)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의료인은 고통을 가중시키기 위해가 아니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터에 나간다. 그들은 복잡하고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대체로 팀의 일원으로 일한다. 일이 잘못됐을 때 그것이 한 개인의 실수 때문인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 이상의 오류로 환자가 사망하면, 그것은 해당 의료인과 팀 전체에 심리적으로, 자신감 측면에서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영향은 수사 과정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수사는 보통 비극으로 이어진 요인들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훈을 얻기보다, 책임자를 찾아 비난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수사에서든, 의료인을 포함한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스트레스는 모든 단계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의료인에게는 두려움의 감정이 퍼지고, 명확하게 행동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만들어 교훈을 얻을 기회를 가로막으며, 결국 환자 안전까지 위태롭게 한다"고 전했다.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해외 사례에선 병원 수사 정도는 있지만 압수수색은 들어본 일이 없다. 경찰이 응급실에 들이닥치기만 해도 의사들은 진료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해외 의료기관 수사와 형사 처벌 가이드라인은 영국 윌리엄스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수사와 형사처벌 자체가 꼭 필요한 사건에 한해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도 안 원장은 "이번 사안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소아응급실을 압수수색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의료사고에 있어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는 것은 의료과실을 전제하고 형사 처벌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런 수사 구조는 꼭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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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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