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7.09 05:58최종 업데이트 20.07.0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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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대체하는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하자" 경남도민 압도적 찬성 이유는

위원회 구성부터 토론까지 사실상 '답정너' 문제제기...예비타당성 조사·최종 후보지 '산너머 산'

공공병원 도민참여단 투표 모습.<사진=경상남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서부경남 공공의료확충 공론화협의회 도민참여단 토론회에서 경남도민 참여단 95.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사실상 2003년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공공병원 설립이 공식화된 셈이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사태가 지속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공공병원 설립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병원 설립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타당성 문제가 제기되고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지 않는 등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이 남아있다.
 
도민 직접 참여해 숙의 과정 거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공론화 과정 투명했다"
 
이번 서부경남권 공공의료 확충 논의는 공론화협의회를 통해 도민참여단 100명이 토론회에 참석, 직접 병원설립에 대한 찬반의견을 냈다. 도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책은 도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겠다는 경남도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우리 사회에서도 민관협치가 가능하다고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각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토론을 진행하고 참여율도 90%가 넘었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토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게 발언권이 공평하게 부여됐다"며 "4주연속 6시간이 넘는 토론회에 참여했던 주민들 스스로도 공정하고 투명했던 숙의과정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공론화를 위한 도민토론회는 4주 연속 매주 토요일 6시간씩 진행됐지만 도민 100명 대부분이 솔선수범해 성숙한 토론과정을 보여줬고 개방형 원칙에 따라 참여단 이외 토론 참관도 허용됐다는 게 경남도 측의 설명이다.
 
윤 단장은 "향후 병원설립 추진과 집행 과정에서도 민관 추진단이 함께 협치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아직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부분도 민관거버는스 구축을 통해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제3차 도민토론회 모습. <사진=경상남도>

공공병원 설립은 애초 예견된 결과…'답정너'였던 공론화토론회
 
그러나 경남도 측과 달리 공론화 과정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 측이 처음부터 김경수 도지사의 공약이었던 '공공병원 설립'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도민참여 토론회를 진행했다는 게 문제제기의 핵심이다.

특히 공론화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정백근 경상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공공병원 설립에 적극 찬성하는 인사라는 점에서도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정 위원장이 위원들의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대로 된 찬반토론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남도의회 윤성미 의원(문화복지위원회)은 "공공병원 설립은 김경수 지사의 공약이었다"며 "직접 병원을 설립하려다 보니 반대의견이 부담스러워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자 숙의과정을 거친다는 명분을 세워 위험부담을 떠넘김 셈"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겉으로 봐선 민주적 의견 합치 과정을 통해 공정하게 공공병원 설립이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자세히 과정을 살펴보면 위원 선정부터 도민 토론까지 타당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사실상 유일한 강경입장이었던 경상남도의사회도 토론과정에서 지나치게 한쪽면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도민토론 과정에서 반대토론을 하는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다"며 "반대로 감염병 방역 등 공공병원의 역할이 일방적으로 과대하게 포장됐다. 공공병원의 장점만 부각된 토론회였다"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공공병원 설립에 있어 도 인구추계나 재정추계, 향후 의료진 확보 방안 등 중요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병원만 짓자는 일방적 토론은 잘못됐다"며 "향후 설립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찬성 측인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 강수동 상임대표도 "도민들이 직접 참여한 최초의 숙의민주주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시간과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각 쟁점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진행된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도민참여단 제4차 도민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경수 도시사. <사진=경상남도>

예비타당성 조사·최종 후보지 결정 등 큰 난관 남아…신중론 VS 신속론 충돌
 
공공병원 설립 자체가 확정됐더라도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우선 공공병원 최종 후보지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경남도는 도민 투표로 선정된 66곳 후보지 중 기술적 검토를 통해 23곳의 지역으로 압축한 상태다. 또한 후보지는 최근 1차 투표를 통해 9곳, 2차 투표를 통해 진주시, 남해군, 하동군 3곳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종 후보지가 어느 곳으로 결정되는가에 따라 공공병원의 역할 등 구체적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종 설립지역이 결정되면 타 지역 도민들의 반발도 예상돼 설립과정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넘어야 할 관문 중 하나다. 실제로 대전의료원, 서부산의료원 등 지방 공공병원 확충에 있어 예비타당성 조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서부경남 공공병원의 경우도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백근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협의회 위원장은 "지방의료원 등 의료취약지역의 공공병원은 예비타당성 조사에 취약한 면이 있다"며 "울산 산재병원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례가 있다. 지역의 의료격차를 업생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남도 측은 면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난실 단장은 "병원 설립 최종 후보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도민참여단이 결정했다"며 "향후 부지 결정 등 설립과정에서 변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정밀한 타당성조사나 연구용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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