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15 10:09최종 업데이트 26.05.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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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신이 아니다” 환자 사망에 따른 의사의 정서적 반응 분석 연구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사망했을 때 의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다른 임상 분야에 비해 환자 사망 사례를 비교적 많이 경험하는 암 관련 전문의를 중심으로 ‘환자 사망에 따른 의사의 정서적 반응’에 관한 연구 논문이 등재되고 있다. 실제로 환자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의사들의 ‘감정적 경험’을 직접적으로 탐구한 연구는 드물다.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의사 497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사망 시나리오에 직면한 의료진의 감정을 조사하고, 그 감정적 여파와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의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개인적인 나약함이나 전문성 부족의 징표는 아니고,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인간적인 반응이다. 연구의 핵심 결과를 보면, 환자 사망의 각 유형에 대한 의사의 뚜렷한 감정적 양상이 포착됐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죽음에서 심각한 무력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사망에는 주로 죄책감(42.2%)과 분노(35.8%) 등 큰 감정 변화를 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자살은 빈도는 낮지만 의료진의 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으며, 약 절반의 경우에서 죄책감도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극심한 죄책감과 고립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임종을 잘 준비한 상황에서는 조사에 응한 의사들의 약 3분의 1 정도 그룹에서 안도감이나 성취감을 느낀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표현은 의료팀 내에서 사회적으로 억제돼 부적절하게 인식될 수도 있어 실제 감정과 암묵적인 규범 사이의 긴장감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의사들의 환자 사망에 대한 이러한 감정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으며,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사망 등 예기치 못한 의료 악결과에 젊은 의사 절반 이상 심각한 우울증에 노출  

연구자들은 WHO-5 지표를 사용해 환자 사망이 의사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측정 가능하고 지속적인 영향도 분석했는데, 젊은 세대에서 특히 ‘부정적인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의사 중 21.7%가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7%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젊은 의사들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우려됐는데, 경력이 있는 전문의는 약 4%에 불과했으나 경력이 짧은 젊은 층인 인턴은 절반 이상(52.4%)이 우울증 가능성에 대한 위험 점수에 도달했다. 이는 의사로서의 경륜이 어느 정도 정신적 지지대와 보호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의사들도 똑같은 인간인 측면에서 보면 체계적인 지원 없이 오랜 기간 노출되면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혹독하고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사 경력과 웰빙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면 부정적 정서에 대한 적응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다. 특히 의사 활동 초기에 취약성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의사들이 경험하는 정서적 충격 상황의 강도와 대응 지원 체계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치료 전후의 환자 사망은 의료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 수준이 가장 낮았다. 환자의 안락사 선택은 극도의 정서적 충격, 극심한 죄책감을 유발하나 이에 대한 지원 체계는 거의 전무하다. 환자 사망으로 인한 의사의 정서적 반응은 사망 정서에 대한 적응과 회복이 필요하고 의료인에 미치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에서는 환자 자살 같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특정 사망 사례 발생 후 단기 상담인 체계적인 사후 브리핑이나 심리적 지원 서비스의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임종 돌봄’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병원의 핵심 직무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 측면에서 보면, 죽음 관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임상 분야부터 모듈을 통한 의학 교육 과정에 통합되는 것이 희망 사항이다. 실제로 2026년 1월부터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의료 전문가와 죽음’이라는 학위 과정이 개설됐다.

의사가 환자나 가족에게 폭행당하거나 의료로 인한 형사소추에 대한 각오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우리나라 환자단체나 일부 법조인의 주장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의료인이 겪는 ‘정서적 충격’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어 보인다. 의료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와 사망은 충분히 발생이 가능한 것이 현대 의학에 내재 된 ‘불확실성’이다. 환자 사망으로 인한 위로의 대상은 물론 가족과 친지가 최우선이다. 그러나 의료진이 받는 정서적 충격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현장 복귀의 불안정성과 또 다른 위해(Risk)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외줄타기 의료 불확실성에 정서적 쇼크 발생 중 사법 리스크로 압박 결국 의료 붕괴  

최근 사회적으로 진일보했다고 주장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사건 1주일 내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정서적 충격의 여파가 정돈이 안 된 상태에서 과연 전정한 설명과 사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신이 아닌 이상 의사도 환자 사망이나 예기치 않은 의료 결과를 마주했을 때 재빨리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수습하여 대처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다양한 부정적 정서 속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방황하는 일련의 과정이 의사에게 한동안 심각한 정서적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너무 높다.

통상적인 의사의 직무에서 자신에 대한 회한, 책망, 죄책감, 무능감, 공포, 불안이 흔히 동반된다. 의사로서 생활하는 동안 안고 가야 할 정서라면 의사 전문직의 태생적 소진 요소는 일반인들이 느끼고 바라는 웰빙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돈으로, 수가를 높여 해결할 수 있을까?

만일 잘못된 판결을 이유로 법조인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가정해 본다면, 형사처벌이 의사가 안고 가야 할 ‘고유의 리스크’라는 주장이 쉽게 나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이 매우 궁금하다.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나 사망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면, 해당 법조인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법조인은 의사에 비해 환자 사망을 직접 경험할 확률이 매우 낮다. 의료인도 원치 않는 의료사고의 엄연한 피해자다.

의료인에 대한 회복 정서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결핍 사안이다. 의료가 개입된 사망, 사고 자체가 만들어 내는 정서적 충격에 거액 배상이나 경찰의 조사와 전과자 신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존의 공포는 필수 의료 붕괴와 방어 의료가 너무나도 자연적이고 인간적이며, 사회적인 정서적 반응이다.  
 
<참고 자료>
Dépression, culpabilité, soulagement : face à la mort des patients, quel vécu des médecins français ? LE QUOTIDIEN DU MEDICIN(우울감, 죄책감, 안도감: 프랑스 의사들은 환자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아르노 자닌 - 시릴 뒤퓌 - 2026년 4월30일 게시됨.)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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