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약사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 기각…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적법 판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현지조사 거부 시 받을 불이익을 여러 차례 안내받고도 조사를 거부한 약국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약국 측은 과거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현지조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고, 해당 약국이 지역 내 의약분업 예외약국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지난달 18일 B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요양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은 유지됐다.
공단 현지확인 거부 후 복지부 긴급 현지조사…약국 측 “트라우마로 수용 불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약국을 대상으로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 거짓청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지확인을 실시했다. 그러나 A씨가 현지확인을 거부하자, 공단은 자료 위·변조와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복지부에 긴급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단의 행정응원 하에 B약국을 대상으로 총 12개월분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A씨는 조사 당일 “과거 공단 현지확인 당시 성실히 조사에 임했음에도 조사자로부터 범죄자라는 폭언 등을 들어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며 “공단 확인에 따른 트라우마로 두려움이 앞서 현지조사 수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후 면담에서도 자료 제출이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유지했다. 현지조사팀은 A씨에게 현지조사를 거부할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1년 범위의 업무정지 처분과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이틀 동안 네 차례 설명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안내받고 충분히 이해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에도 손도장을 찍었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상 검사 또는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것으로 보고 각각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법원 “트라우마만으로 조사 거부 정당화 어려워…지역 유일 약국 주장도 인정 안 돼”
법원은 먼저 A씨가 과거 공단 현지확인 당시 폭언 등으로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겨 자료 제출이 어려웠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A씨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과거 조사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과거 현지확인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복지부 현지조사 거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공단의 현지확인이 아니라 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단의 행정응원을 받아 실시한 별도의 현지조사였다. 조사팀은 A씨에게 현지조사 거부 시 업무정지 1년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고지했다.
법원은 A씨가 이를 안내받고도 자료 제출 거부 의사를 유지한 만큼, 트라우마를 이유로 한 조사 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B약국이 지역 유일의 의약분업 예외약국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인근에 보건진료소와 다른 약국이 존재하고, 다른 약국 역시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B약국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이 곧바로 지역 주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 지역적 특수성을 이유로 처분을 감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현지조사 거부는 과징금 대체 불가 합리적…1년 업무정지도 적법”
A씨는 현지조사 거부의 경우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없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거짓청구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과징금 대체가 가능한 반면, 현지조사 거부는 과징금 대체가 불가능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업무정지 처분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례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거짓청구 사건의 경우 총 부당금액, 월평균 부당금액, 부당비율 등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지만, 현지조사를 거부하면 부당청구 규모 자체를 확인할 수 없어 위법행위의 경중을 가늠할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령은 관계 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하거나 관계 공무원의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기피한 경우 업무정지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
법원은 복지부가 이 기준에 따라 A씨에 대한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기간을 각각 1년으로 정했으며, 해당 처분기준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난다고 볼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현지조사에 협조해 부당청구 사실이 적발된 기관은 최대 1년의 업무정지뿐 아니라 부당이득 환수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급여비용 사후통제와 감독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현지조사를 거부한 기관에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의 현지조사 거부행위로 인해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에 대한 피고의 사후통제 및 감독 기능이 무력화되는 등 공익을 저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며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보다 처분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