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1.07 09:08최종 업데이트 23.01.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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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잘못된 판결에 의료계가 맞서야 하는 이유...한의사 초음파 오진으로 국민건강 악영향 위험

법조계 "하급심·복지부, 대법원 판결 뒤집을 순 없어…하지만 복지부 압박해 유권해석 변경과 건강보험 급여 편입 제한 필요"

지난해 12월 26일 대법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사실상 합법으로 본 대법원 판결로 의료계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비롯해 대법원 앞에서 의료계 대표자들의 항의 집회도 예정돼있다. 법조계는 대법원 판결을 돌릴 순 없지만 의료 전문가의 지속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해당 판결 이후 후폭풍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인 의료계가 바라보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의 위험성과 문제점이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은 물론 복지부 유권해석 등 행정부에게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지난 12월 22일 한의사 A씨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의료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그간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유죄'로 인정했던 2014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선고 이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전국 각 직역 의사회가 반발하며 각종 대법원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고, 의협 이필수 회장은 분노를 담아 지난달 26일 대법원 앞에서 삭발을 감행하며 '총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리고 7일에는 의협 집행부를 필두로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시도의사회장, 대한의학회장, 개원의협의회장, 군진의사협의회장, 공직의협의회장,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전공의협의회장, 병원의사협의회장 등 각 직능단체장이 대법원 앞에서 '의료계 대표자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결 사회에 미치는 영향 매우 크고 하급심 판단 달라지기 힘들어 

법조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며 사실상 하급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 만큼 대법원을 상대로한 분노 표출보다는 해당 판결이 향후에 미칠 후폭풍을 막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파급력이 큰 정치·사회적 사건을 결정하는 방식이며 이번 사건에서도 기존 2014년도 대법원 판결의 판단 기준과 결론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법무법인 동진 전성룡 변호사(전 의협 법제이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을 때는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급심 판례는 상급심인 대법원의 판결에 기속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벗어난 결론을 도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하급심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내용은 달라질 수 없다"며 "의료계 입장에서는 이미 한의사들이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에 대한 요양급여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 개입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초음파 진단기기가 신체에 침습적이지 않고 사용 자체에 위험성이 없다며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초음파뿐 아니라 다른 현대 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 제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적용? 복지부 유권해석이 초미의 관심사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제한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 변호사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 기준을 자세하게 명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매모호한 의료 직역의 업무 범위를 법으로 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라며 "실무적으로 유일하게 중재가 가능한 복지부가 대법원의 판례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행정법규, 장관 명의 고시 등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한의사를 상대로 세밀한 제한 조치를 하도록 압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법적으로 '유죄'는 아닐지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시 조건을 붙이는 등 제한을 걸 수는 있다"며 "이제 의료계의 투쟁 상대는 법원이 아니라 복지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변호사는 다만 "복지부 유권해석 보다도 대법원의 판결이 우선한다. 따라서 복지부에서도 대법원 판결에 저촉되는 유권해석은 하지 못한다"며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전면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복지부는 향후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나왔지만 판결문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향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의협, 사업부 판결 국민건강 위협 알리기 위한 항의 시위 

의협은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집중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얼마나 국민 건강에 위험을 가하는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해당 판결 이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7일 대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여는데 대해 토요일에 법관도 없는데 무엇하러 집회를 하는지에 대한 시선도 있다. 현재 법관들에게는 매일 이뤄지는 1인 시위를 통해 문제를 알리고 있다"며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의협 차원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얼마나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지를 알리고 향후 있을 항소심 판결에도 의료계의 반대 의지를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법제이사는 "가만히 있으면 한의계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다. 대법원 판사들의 판결을 되돌릴 순 없어도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의료계가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으니 당연히 한의계는 의료계에서 쓰는 것처럼 급여를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변경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가능하다"라며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해 복지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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