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7 03:50최종 업데이트 26.09.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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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기기, 미국 병원 뚫으려면…“현지 첫 레퍼런스부터 만들어라”

[메드텍 인사이트] 데이비드 맥도너 TMC EIR “현지 사용근거 부족·불분명한 ROI·계약 후 관리 소홀…빠지기 쉬운 함정”

텍사스메디컬센터(TMC) 데이비드 맥도너(David McDonough) 메드테크 부문 EIR이 16일 열린 ‘Medtech Insight 2026’에서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전국 단위 계약을 서두르기보다 현지 병원 한 곳에서 제품의 임상적 가치와 경제성을 입증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 의료진은 새로운 제품을 소개받으면 가장 먼저 ‘현재 어느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미국 내 사용 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대형 공동구매조직(GPO)이나 통합의료네트워크(IDN) 계약부터 추진해도 실제 구매와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텍사스메디컬센터(TMC) 데이비드 맥도너(David McDonough) 메드텍 부문 Entrepreneur in Residence(EIR)는 16일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에서 ‘미국 헬스케어 시장 접근 및 채택 전략: IDN & GPO’를 주제로 발표했다.

35년간 미국 의료기기 업계에서 엔지니어링과 마케팅, 영업, 사업개발 등을 담당한 맥도너는 “미국에서 계약은 매출과 같지 않다”며 “계약에 너무 일찍 집중하면 실제 시장 채택에 필요한 과정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병원 첫 질문은 “누가 쓰고 있나”…현지 1곳서 시작해야

맥도너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흔히 빠지는 오류로 현지 사용근거 없이 전국 단위 유통·구매계약부터 추진하는 전략을 꼽았다.

새로운 의료기기의 임상적 효과를 아무리 잘 설명해도 실제 사용 중인 미국 병원이 없다면 구매 담당자와 의료진을 설득하기 어렵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첫 사용자가 되려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의 장점과 효과를 설명한 뒤 의료진에게서 돌아오는 질문은 ‘현재 누가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첫 번째 레퍼런스 병원이 제품의 신뢰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첫 병원은 단순한 납품처가 아니라 후속 시장 진입을 위한 근거를 만드는 곳이다. 제품 개발이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만난 의료진을 병원 내부의 임상적 지지자로 확보하고, 실제 사용 과정에서 임상 효과와 업무 효율,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후 첫 병원의 의료진이 다른 의료기관에 사용 경험을 공유하면 같은 IDN에 소속된 병원들로 제품을 확산할 수 있다. 여러 병원에서 성공적인 사용 실적을 쌓은 뒤 IDN이나 GPO 계약을 추진하면 협상력과 계약 가능성도 높아진다.

맥도너는 “특정 IDN 산하 8개 병원에서 제품을 성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계약 담당자와의 대화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실제 사용자에게 제품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현지 병원 한 곳에서 시작해 같은 지역과 병원 네트워크로 확산한 뒤 전국 계약을 검토해야 한다”며 “계약이 수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수요를 확대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적 지지자 확보해야…기업 없이 병원 위원회 설득

미국 병원 진입을 위해서는 제품 도입을 내부에서 주도할 임상적 지지자도 필요하다.

임상적 지지자는 단순히 제품에 호감을 보이는 의료진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과 병원 내 평판을 걸고 제품을 가치분석위원회(VAC)에 상정하고, 기업을 대신해 다른 구성원들을 설득할 사람이어야 한다.

가치분석위원회에는 의료진과 간호사, 공급망·재무·IT·보안 담당자 등이 참여해 제품의 임상적 효과와 경제성, 안전성, 기존 업무와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의료기기 기업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지지자에게 필요한 자료와 논리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맥도너는 “임상적 지지자는 제품이 좋다고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임상근거와 경제성, 안전성, 업무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위원회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확보한 임상자료와 실제 사용 병원은 해외 연구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신뢰를 제공한다고 했다.

병원 심의에는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제품을 시범사용하기 전 가치분석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시범사용이 끝난 뒤 정식 도입을 위해 다시 심의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맥도너는 “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 열리고 안건이 다음 회의로 밀릴 수도 있어 한 차례 절차에 6~9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이 기간을 영업주기와 투자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시간 10분 단축”만으론 부족…병원 비용 얼마나 줄였나

제품의 장점을 병원이 인정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ROI)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도 흔한 실수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 사용으로 수술시간이 10분 줄어도 병원이 인력을 감축하거나 추가 수술을 시행하지 못한다면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맥도너는 “구매 담당자에게 수술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더니 ‘그 결과 간호사 한 명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며 “그렇지 않다면 시간 절감이 병원에 실질적인 재정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원을 설득하려면 제품 사용으로 기존 의료기기를 대체하거나 추가 소모품 사용을 줄이는 효과, 합병증과 재입원 감소 등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는 “막연히 업무가 편리해진다고 설명해서는 부족하다”며 “제품을 도입하면 병원의 어느 비용 항목이 얼마만큼 줄어드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GPO 계약은 구매 보장 아냐…계약 후 재주문까지 관리해야

GPO와 IDN 계약은 현지 사용근거와 수요가 만들어진 뒤 사업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GPO는 회원 병원에 적용할 가격과 거래조건을 정하고, IDN은 산하 병원의 공급망과 가치분석위원회 등을 통해 제품 도입을 검토한다. 그러나 어느 계약도 개별 병원의 구매를 보장하지 않는다.

맥도너는 “GPO 계약은 판매 자격과 가격을 정해 구매 장벽을 일부 제거할 뿐”이라며 “병원이 제품을 원하고 실제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있어야 매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병원 승인과 계약을 확보한 뒤에도 현장 교육과 사용 정착을 관리해야 한다. 제품 도입 첫 주에는 주간과 야간을 포함한 모든 근무조를 교육하고, 이후 전자의무기록 주문체계와 업무 흐름, 실제 사용량을 점검해야 한다.

재주문이 발생하지 않으면 다음 계약 갱신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재주문 실적은 다른 병원에 진입할 때 새로운 레퍼런스가 된다.

맥도너는 “계약을 따내면 일이 끝난 것 같지만 그때부터 진짜 업무가 시작된다”며 “현지 첫 병원에서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고 반복적인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미국 시장 성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메드텍 2026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 의료기기 # 미국 진출 # 우매계약 # 유통계약 # GPO # IDN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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