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제약사 의학부(Medical Affairs, MA)의 경쟁력이 단순히 전문지식을 보유한 것을 넘어 이를 해석하고, 이해관계자와 연결해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제약의학회(KSPM)는 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KSPM MA Forum 2026'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제약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MA의 기능과 업무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AI가 정보 탐색과 초안 작성 등 기존 지식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고, 제약산업 역시 환자·서비스·데이터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MA가 다뤄야 할 정보와 이해관계자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에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재윤 메디컬 디렉터 발표 자료 중 일부.
아스트라제네카 임재윤 메디컬 디렉터는 MA의 역할이 '과학 전문가(Scientific Expert)'에서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 '생태계 변화 리더(Ecosystem Transformation Leader)'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MA의 역할이 제품과 질환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의료진과 과학적 정보를 교류하는 데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근거 생성과 출시 전략에 참여하고, 부서 간 협업부터 정책과 헬스케어 시스템까지 고려하는 등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임상개발 단계에서는 임상운영 조직과 협업해 임상기관과 연구자 선정, 환자 등록, 프로토콜 논의 등에 참여한다. 출시를 앞두고는 국내 출시 가능성을 검토하고 허가와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한 데이터 생성 계획, 새로운 진단법 도입 등을 준비하며, 출시 이후에는 급여와 치료 가이드라인, 실사용증거(RWE) 생성 과정에 참여한다.
이어 임 디렉터는 MA가 살펴야 할 치료환경과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밝혔다.
다학제 진료가 확대되고 병원과 질환에 따라 환자의 치료경로가 달라지면서 개별 처방의사뿐 아니라 전체 치료환경을 이해하고 정보를 확보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자와 정책결정자, 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내부 의학적 근거와 설명을 제공하는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임 디렉터는 "최근 국내에서 신약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급여 적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 생성 계획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우 어떤 프로토콜을 만들 것인지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한다. 결국 해당 질환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MA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디렉터는 "같은 얘기를 들어도 인사이트가 굉장히 낮은 수준에 그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현장에서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것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보한 인사이트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근거 생성 연구계획을 구체화하거나 학회와 협업해 치료 가이드라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등 해석한 정보를 실제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까지 MA에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MA의 해석과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를 통해 누구나 방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정보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며, AI가 제시한 결과 가운데 무엇을 사용할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IQVIA 정수용 제너럴 매니저 발표 자료 중 일부.
MA의 역할이 넓어진 데에는 제약산업 자체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IQVIA 정수용 제너럴 매니저는 신약개발과 제약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제약회사가 다뤄야 할 영역이 의약품 개발·판매를 넘어 환자와 서비스, 데이터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제너럴 매니저는 스마트폰의 변화를 예로 들며 "스마트폰이 통신기기에 머물지 않고 카메라와 음악, 내비게이션, 결제 등 여러 산업의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 것처럼 제약산업에서도 기존 사업영역의 구분이 점차 흐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제약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분업과 협업이 확대되고 있다. 정 제너럴 매니저는 과거에는 신약 발굴부터 임상, 생산, 영업·마케팅까지 직접 수행하는 '통합형 제약회사'가 이상적인 사업모델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바이오텍에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다양한 외부 기업과 가치사슬을 나누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헬스케어 산업에도 반영됐다. 정 제너럴 매니저에 따르면 MSCI 월드 헬스케어 인덱스에서 제약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82%에서 2026년 45%로 줄었다. 나머지 비중에는 제약사의 연구개발·생산을 지원하는 서비스 기업과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기업도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치료제 하나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정 제너럴 매니저는 GLP-1을 예로 들며 "당뇨에서 비만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심혈관질환과 수면무호흡, 중독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다. GLP-1이 치료제 시장을 넘어 건강식품과 피트니스·웰니스 등 소비자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제약회사가 직접 상대하는 고객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지원과 교육, 실사용데이터(RWD)를 활용한 근거 생성, 원격 모니터링 등 의약품 자체를 넘어선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제너럴 매니저는 "과거 우리의 고객은 의사와 약사였다면 앞으로는 환자가 우리의 고객이 될 것"이라며 "환자를 누가 직접 조금 더 편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서포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