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의정갈등 사태가 전환점을 맡게 됐다. 수장을 잃게 된 대전협은 조만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압박 수위 높아지고 정치권 패싱에 설자리 줄어들어
24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박단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예상한 이는 대부분 없었다.
다만 일말의 시그널은 존재했다. 처음 군불을 지핀 것은 원광대병원 김찬규 사직 전공의다. 그는 최근 30인의 사직 전공의들과 함께 "박단 위원장 소통 구조가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다. 6월 30일까지 총회 혹은 비대위 간담회를 개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강경파인 박단 위원장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박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후문이다. 대표들 역시 박단 위원장이 충분한 소통 없이 본인 의견 위주 행보를 보였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내 분위기도 한몫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단 위원장과의 소통, 신뢰를 문제 삼으며 "당장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박 위원장과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정치권에서 '패싱'당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최근 돌았다.
그러면서 일반 전공의들 사이에서 박단 위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조만간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과 아직 복귀할 때가 아니라는 박 위원장 말에 따라 이번 5월 추가 모집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내외적으로 설자리가 줄어들자 박단 위원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 등 내부 회의도 줄곧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소식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박단 위원장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박 위원장과 그나마 소통하고 있는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마저 박단 위원장 이외에 매파 전공의, 비둘기파 전공의들과 더 많이 소통해왔다. 대통령실과 접점이 있는 정치권 인사도 박단 위원장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수도권 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는 "박단 위원장이 정부 측으로부터 패싱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들 투쟁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적당한 타협을 원하고 있다. 9월이 넘어가면 입영 대기자들이 또 수련이 중단되니 이젠 진짜 한계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빅3 전공의 대표들과 의견 충돌…임총 발의안 의식했나
익명의 제보자 등에 따르면 24일 정오를 기점으로 대전협 임총 발의안이 올라올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외적으로 임총 이후 박단 위원장이 탄핵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는 그림을 막기 위해 박 위원장이 사퇴했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박단 위원장을 저격한 빅3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복귀 시점', '협상 조건' 등을 놓고 박 위원장과 최근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직 전공의는 "박 위원장 측근인 빅3 전공의 대표들마저 박단 위원장과 최근 '복귀 시점'과 관련해 의견 차이를 보이며 그를 공개 저격하자, 박 위원장이 큰 상처를 입고 입지를 상실하게 되면서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빅3 전공의 대표들은 박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9월에도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병원으로 복귀한 한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그동안 서전협(서울대전공의협의회)에서 박단 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내도 막아줬던 것이 아산(한성존 대표), 세브란스(김은식 대표)였다. 그런데 이들이 한마디 언질없이 자신을 비판하면서 사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 관계자들은 박단 위원장 사퇴 이후 혼란스러운 전공의 사회 분위기를 가다듬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조만간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임총 개최가 늦어질 시 일단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부와 대화 카운터 파트(Counterpart) 역할을 이어가는 방안도 점쳐진다. 현재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가 전공의 내부 단톡방 등에서 새로운 전공의 비대위원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단 위원장 사퇴 이후 복귀하지 않고 있던 의대생, 전공의들이 분열돼 각자도생하게 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의대생, 전공의들이 분열되지 않은 상태로 일단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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