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14 14:50최종 업데이트 22.03.14 15:06

제보

양성관 의사 겸 작가 "나에게 글은 혼자 치르는 장례식…죽은 자와 산 자를 동시에 위한 것"

[의대생 인턴기자의 선배의사 인터뷰] 10여년간 의학 에세이 6권 출간..."작가가 되려면 먼저 많이 읽고 써라"

양성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 사진=꿈꾸는 현자의 브런치  

[메디게이트뉴스 장성오 인턴기자 중앙의대 본2] “모든 의사에게는 자기만의 묘지가 있죠. 나에게 글은 혼자 치르는 장례식이거든요. 장례식은 죽은 자를 위한 동시에 산 자를 위한 것이잖아요. 고인을 위한 기도이자 애도이고, 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죠.”

양성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를 그가 일하는 의정부백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매일 일정한 양의 글을 쓰면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의대생 후배에게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양 작가는 10여 년간 재미있는데 눈물이 나는,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내용으로 의학 에세이 6권을 출간했다. '꿈꾸는 현자의 브런치' 조회수 200만여 건을 기록한 데다 포털사이트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양 작가는 따뜻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가 출간한 책 제목은▲2008년 10월 ‘달리는거야 로시난테-엉뚱발랄 초보의사의 자전거 여행기’ ▲2011년 4월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20대 초보의사가 본 더 리얼한 시골의 웃음과 눈물 ▲2011년 11월 ‘남자 연애를 기록하다 그녀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 ▲2012년 11월 ‘시선: 어느 혼혈아의 마지막 하루’ ▲2020년 10월 ‘의사의 생각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2021년 11월 ‘너의 아픔 나의 슬픔’ 이다.  
 
“신이 있어 인간이 있는 걸까, 인간이 있어 신이 있는 걸까. 무엇 때문에 고난이 있는 걸까? 신과 인간, 고난에 대한 생각은 돌고 돌아 나에게 왔다. 저렇게 환자가 고통 속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녕 이게 전부인가.” 

“아이가 콧물과 눈물을 쏟아내고, 나는 땀에 젖어갈 때, 어머니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작은 관이 아이 코와 입안과 식도를 후벼 대는 동시에 아이 엄마의 가슴을 파 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눈물을 흘렸지만, 엄마에게는 그 눈물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너의 아픔 나의 슬픔' 중에서
 
사진=양성관 작가의 6권의 책 

 남을 돕고 싶어 의사가 됐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책을 쓰는 작가가 됐다  

-언제부터 의사, 그리고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독한 것으로 아는데 원래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나. 아니면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부터인가. 
 

어렸을 때 남을 돕고 싶다는 아이다운 생각으로 의사가 되고 싶었고 의사가 됐다. 작가가 된 이유는 조금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계속 읽다 보니까 ‘나도 한 번 책을 써볼까’라는 생각에 작가가 됐다.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요리를 먹다가 ‘나도 한 번 식당이나 차려볼까‘ 같달까.
 
-의대 졸업 후 어떤 진로를 밟아왔는지 궁금하다. 현재 2020년부터 3년째 코로나 선별 진료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의대 졸업 후 지리산 밑에서 공중보건의를 3년 하고 끝나자마자 인턴이 끝날 때 아내와 결혼을 했다. 인턴을 마치고 신혼 여행으로 한달 간 유럽 여행을 간 후 푹 쉬면서 꿈만 같은 신혼 생활을 했다. 그리고 나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3년 과정을 밟고 전문의를 땄다. 전문의를 딴 지가 만으로 6~7년 돼가는데, 지금 있는 병원이 3번째 병원이다.
 
선별진료소는 남들을 위해 희생해야겠다는 그런 거창한 목적으로 일하게 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의사 20명이 번갈아가면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다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지금은 3명이서 나눠서 하고 있다.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열이 나요' '가슴이 갑갑해요'와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들도 온다. 기본적인 임상실력도 있어야 하는데, 병원장께서 '양 선생님이 웃으면서 진료를 잘 하니까 더 많이 하면 어때'라고 하셔서 이렇게 된 상황이다(웃음). 현재 오전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다.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
 

의사를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환자를 보는 제너럴리스트에는 응급의학과와 가정의학과가 있다. 연령별로 아이도 보고 할머니도 보고, 부위별로 환자의 입도 보고 배도 보고 싶었다. 책을 다양하게 읽고 좋아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양하게 보는 게 즐거워서 가정의학과를 골랐다. 밤에 술 취한 환자에게 멱살 잡히는 게 싫어서 응급의학과를 포기했다.
 
의대 마지막 방학에 자전거 여행하고 첫 번째 책...내 머리 속 첫 독자는 의사

-첫 번째 책은 의대생 시절 펴냈던 '달리는거야 로시난테'로 자전거 기행에 대한 책이었는데,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의대 시절 바쁜 학업 와중에 독서와 글쓰기를 어떻게 병행했는지도 소개해달라. 


첫번째 책은 의대 본4 여름방학 때 전국을 혼자서 자전거로 누비면서 썼다. 6년 의대 과정 중 마지막 방학을 맞이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유럽여행을 갈 수는 없었고 그래서 혼자 자전거 여행을 했다. 여행가기 전만 해도 책을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다녀오고 나니 글로 써 보고 싶었고 또 책이 됐다. 하루 8시간 정도 국시 공부를 하고 밤에 한 두시간 정도 책을 썼다. 국시 공부와 책 쓰기를 동시에 하다보니, 아깝게 국시 수석을 놓쳤다.(웃음) 의대 시절에는 학업+과외+여행+독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글을 처음 쓰는 시점부터 책이 서점에서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글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과정은 어느 정도인가. 글을 여러차례 수정하다 보면 분량이 줄어들게 되나. 또한 글을 쓰고 싶은 주제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가 다를 때 어려움은 없나.  
 

출판사에서 먼저 책의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제목, 구성 차례까지 정한 상태에서 의뢰가 들어온다. 그런데 이건 정말 어느 정도 이상의 작가한테만 온다. 지금은 출판 제안을 받긴 하지만,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는 먼저 A4용지 100페이지 정도 분량을 완성하고 나서 출판사에 열심히 원고를 돌렸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고를 돌리면서 제발 연락이 오길 바랐지만 연락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러다 딱 한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서도 안 보고 책을 내기로 했다.
 
100페이지 분량을 쓰려면 한 장당 5시간, 그러면 원고를 쓰는데 500시간 정도 걸린다. 전업 작가가 아니다보니 초고를 완성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린다. 다 쓰고 계약한 출판사와 퇴고를 하다보면 더 오래 걸린다. 좋은 출판사를 만나 원고에 대해서 조금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더 많은 노력이 들지만, 그만큼 확실히 글이 좋아진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책이 완성되는 데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리는 것 같다.
 
책을 쓸 때 독자가 원하는 것과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 한 출판사가 '이런 내용으로 책을 써 주세요'라고 기획서를 가지고 오기도 했는데,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서 거절했다. 내 머리 속의 첫 독자는 의사다. 일반 독자도 중요하지만, 같은 의사들이 봐서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내용을 쓴다. 독자가 바라는 말을 하면 책이 더 잘 팔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니듯, 작가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권을 출간하고 8년간의 공백기가 있다가 2020년에 그 다음 책이 나왔다. 긴 공백기에는 무엇을 했고, 그 이후에는 작가의 삶을 어떻게 꾸준히 유지해왔나.

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경력이 단절되는 것처럼 나도 결혼하고 서울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남편이자, 아빠로, 그리고 의사로서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수련을 받고 아이를 키우면서 의사이자 아빠로서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다. 지금 나오는 글은 그 때 모아둔 글 재료를 다듬고 숙성해 내놓은 요리이다.
 
오늘도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4년 전에 브런치에 처음으로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다음 포털 메인에 걸리면서 조회수가 7만건을 넘겼다. 글을 쓴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이었다. 내용은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없는 의사로서 기관 삽관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의사의 시행착오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혹'해서 클릭한 것 같다. 운인지 실력인지 하여튼 좋았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맛에 브런치에 글을 계속 썼다.
 
모든 것을 잊고 글에만 몰두하는 찰나가 작가로서의 진정한 삶과 행복  
 

-작가로 살면서 어떨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하나.
 

이렇게 누군가가 인터뷰하러 찾아올 때 가장 행복하다(농담). 그런데 마치 내가 유명인사가 된 것 같이 우쭐해지는 건 오래 가지 않는다. 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거나 집에 가서 아내에게 인터뷰를 했다고 자랑도 하겠지만,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금세 무너진다. 작가도 내가 좋아야 한다. 몇 십년을 해도 좋아야 하고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모든 것을 잊고 글에만 몰두할 수 있는 그 찰나, 내 눈 앞에 하얀 모니터가 있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타닥타닥’ 춤을 추며 검은 글을 써 내려가는 그 순간을 진정 사랑한다.
 
-브런치에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양성관 작가'의 글에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 제목을 ‘기관삽관을 하면서 의사가 겪는 시행착오’라고 썼다고 해보자. 제목부터 어렵다. 대신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올린다면? 무엇보다 제목을 쉽고 흥미롭게 써야 한다. 그리고 백혈구를 ‘우리 몸의 군대’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작가이자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경험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의료윤리 위반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이때 어떻게 표현하는가. 
 

신문에 글이 실렸는데 댓글이 '어떻게 환자 실명을 맘대로 쓰냐'고 달렸다. 환자 이름은 다 가명이다. 본명은 내 이름뿐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 글을 쓸 때 10개가 있으면 1, 2개 정도는 다르게 쓴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그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 된다.  의사라서 환자 이야기는 더욱 조심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친구도 소재가 되는데, 쓰고 나서 당사자 의견을 꼭 물어본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을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 겸 작가를 병행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 의사인 점이 작가로서 가지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의사 겸 작가를 병행하는데 힘든 점은 시간과 체력이다. 아빠이자 의사,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우선순위다. 거기에 작가로까지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의사 겸 작가의 강점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어느 직업보다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할 때 '두둑'하면서 뼈가 내려앉으며 손가락에 전해지는 느낌을 이해하거나, 중환자실의 정적과 그 특유의 건조하고 무거운 냄새까지 맡곤 한다. 사람들이 일생동안 단 한 번 겪을까 말까한 일을 의사는 자주 겪는다.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글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단점은 딱 하나. 어렵다. 특히나 의사들이 흔히 쓰는 전문 용어가 나올 때마다 독자들은 흥미를 잃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쉽게 풀어쓴다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작가가 되는 특별한 비결? 먼저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정해진 길을 간다. 그래서 작가로 활동한다면 주변에서 딴짓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작가도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 누구는 운동을 하고 다른 누구는 악기를 한다.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친구도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14년이 됐는데, 동기들이 글을 보고 너무 재밌다고 연락을 해온다. 환자를 보면서 술은 마실 수 없지만, 글은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다만 의사 외에 딴짓을 하려면 기본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의사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실력이다. 의사로서 실력이 없는데 딴 짓을 하면 아무리 돈이 많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도 다른 의사들한테 욕을 얻어먹기 마련이다. 나는 적어도 의대 시절 상위 50% 안에 들었고, 혼자서 조용히 글을 썼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의대생들이 많다. 하지만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기 마련이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쉽게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처음에 봉합(수처)을 할 때 손을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의사가 되지 못했다. 내가 처음 쓴 첫 책을 지금 보면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그 첫 책이 없었으면 나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라.
 
의대생은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See it. Do it. Teach it.  보고, 하고, 가르쳐라. 마찬가지다. 먼저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의대생과 의사 후배들에게도 한말씀 부탁드린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고? 세상에서 당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인 당신이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나? 나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려면 100명을 만나면 된다. 그러면 분명히 중간에 불꽃이 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5명도 만나보지 않고 사랑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10명 만나고도 못 찾았으면 20명을 더 만나라. 마찬가지다. 일단 해봐라. 그게 꼭 작가일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꿈에 대해서 하는 말이 '작가나 가수로 먹고 살 자신이 없다', '성공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글을 쓰는 게 목적인가 아니면 글은 수단일 뿐이고 부와 명예가 목적인가. 실패자는 되어도 위선자는 되지 말자. 역시 나는 이래서 안되는가 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말은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꿈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마' 따위인데 그런 말은 죽어도 못하는 걸 보니.(웃음)   

#의대생 인턴기자 # 인턴기자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자료실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