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이인규·홍상현 교수 "합병증 줄이고 회복 돕는 ERAS…지속하려면 인력·수가 지원 필요"
[ERAS 인터뷰①] 대장암 ERAS 클리닉 운영 경험…"할 수 있는 항목부터 시행하며 이행률 확인·개선해야"
수술 후 조기 회복을 넘어 기능 및 예후 향상까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초로 수술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을 체계적으로 도입해 대장암 치료에 적용해왔다. ERAS는 수술 전후 전 과정을 관리하는 다학제 프로그램으로, 병원은 대장암 ERAS 클리닉을 통해 합병증 감소와 재원 기간 단축, 고령 환자의 안정적인 회복이라는 성과를 축적해 왔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환자의 회복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통증과 수술 후 오심·구토(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PONV)를 조절하고, 식사와 보행을 다시 시작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ERAS는 이를 수술 전부터 준비하고 관리하는 접근이다. 조기 퇴원 자체보다 환자가 안전하게 퇴원할 만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관리를 일상 진료에 정착시키려면 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간호사·약사·영양사 등 다학제 팀의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이행률 점검, 환자 상담에 드는 인력과 시간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상할지도 과제다.
또한 PONV는 식사와 보행을 어렵게 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국제학술지 'Anesthesia & Analgesia'에 발표된 제5차 PONV 합의문은 성인 환자에게 두 가지 예방 중재를 활용하는 다중 예방을 권고하며, 덱사메타손과 5-HT3 수용체 길항제 병용을 근거가 확인된 조합 중 하나로 제시한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도 환자의 위험도와 상태를 평가해 이러한 병용 예방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큐비아(IQVIA) 판매액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라모세트론은 집계된 5-HT3 수용체 길항제 네 성분 중 판매액이 가장 많은 약 66.3%를 차지했으며, 판매액은 전년보다 약 7.1% 증가했다. 라모세트론을 포함한 예방 약물은 환자의 상태와 작용기전을 고려해 선택하며, 통증 관리와 조기 식사·보행 등 다른 회복관리와 함께 적용한다.
ERAS를 선도적으로 도입·운영하면서 PONV 예방에도 적극적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인규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홍상현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RAS 운영 경험과 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1편에서는 ERAS 다학제 팀 운영과 교육, 전담 인력 및 수가 지원의 필요성을 다룬다. 2편에서는 PONV 예방 약물과 다중양식 통증 관리가 환자의 회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Q. 국내에서 ERAS는 어느 정도 도입돼 있나. 현장에서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인규 2008~2009년에도 ERAS를 접하고 시도했지만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2016년에 개념을 다시 살피고 병원 차원에서 팀을 구성한 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건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마취과와 병동 등 여러 팀의 협력이 필요하다. 좋은 프로그램임을 알아도 모든 병원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다. 교육과 항목별 점검, 환자 관리가 돌아가도록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
홍상현 마취와 수술 관리가 발전하면서 개별적으로는 빠른 회복을 돕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ERAS는 이런 방법을 수술 전부터 수술 중, 수술 후까지 연결해 회복을 최적화하는 접근이다. 병원 질 향상팀의 도움을 받아 외과와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항목이 잘 시행되는지 계속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인력과 행정적인 비용이 든다. 행위별 수가체계에서는 회복이 좋아지는 이득이 보상으로 직접 연결되기 어려워 수가와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Q. 초기 지원에서는 어떤 인력과 운영 업무를 뒷받침해야 하나.
이인규 ERAS의 핵심은 항목을 몇 개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행 여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가 실천하도록 설명하고 독려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확인할 간호사 한 명을 확보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시스템을 실제로 돌릴 인력과 업무에 지원이 필요하다.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논문을 쓰기 위해 체크표를 채우는 것과 다르다. 확인하면서 환자가 시행하도록 돕고, 잘 안 되는 항목을 찾아 수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희가 2026년 BMC Surgery에 발표한 질 관리 관련 논문에서도 관리 방법을 바꾼 시기 전후로 환자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다. ERAS를 도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운영 과정에서 계속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들이 참고할 만한 연구라고 생각한다.
홍상현 마취과 안에서도 ERAS에 대한 이해와 실제 시행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금식 시간을 조정하거나 통증 관리 방법을 바꾸는 일도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개인의 노력에만 맡기기보다 초기 인력과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Q.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겠나.
이인규 우선 팀 전체가 ERAS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의사만 교육받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간호사와 영양사 등 함께 일하는 직종이 참여해야 한다. 초기에는 확인하고 관리할 일이 늘지만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환자가 스스로 움직여 병동의 도움을 덜 필요로 하게 된다. 보호자 없이 운영하는 병동에서도 회복을 돕는 방향과 잘 맞는다. 이런 체계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홍상현 병원 자체적으로 관련 직원들을 교육할 여건이 부족할 수 있다. 대만에서 본 사례는 학술 활동과 별도로 대규모 워크숍을 열어 관련 직종의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병원별 교육에만 맡기기보다 공동 교육을 운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병원 안에서만 교육과 경험이 쌓이면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병원이 교육받고 각자 병원의 조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Q. 시범사업은 무엇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구조여야 하나.
이인규 시범사업은 합병증과 재원기간, 재입원 등 결과 지표와 함께 각 항목의 이행률을 확인해야 한다. 팀 교육이 실제로 시행되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여러 지표를 합쳐 운영과 성과를 확인하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현재 제안한 분야는 대장·직장암과 위암이다. 다만 시행이 확정된 것으로 볼 단계는 아니다. 결과만 평가하는 것도, 시행 항목만 체크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교육과 실제 운영, 환자 결과를 함께 봐야 한다. 다학제 팀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홍상현 지원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재원기간과 합병증 감소로 달라지는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회복관리를 지원해 지출이 늘더라도 다른 입원과 치료 비용이 줄면 전체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제도에 맞춰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Q. 재원기간을 줄이는 진료가 병원에 유인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나.
이인규 대기 환자가 많은 병원은 병상을 빨리 비워 다음 환자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퇴원한 병상이 비어 있게 되는 병원은 상황이 다르다.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고 합병증이 줄어도 병원의 수익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수가와 지원을 설계해야 한다. 환자의 회복과 합병증 감소는 건강보험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병원마다 병상 운영 여건이 다른 만큼, 조기 회복의 이익이 현장에서 지속될 수 있는 보상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홍상현 입원과 합병증 치료에 대해 행위별로 보상하는 구조에서는 재원기간과 합병증을 줄이는 진료를 시행할 유인이 적을 수 있다. 회복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보상이 연결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 의료비를 줄이려는 관점에서도 회복관리를 볼 필요가 있다. 입원일수와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지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면, 그 진료를 시행하도록 지원할 이유가 된다.
Q. 확산을 위해 의료기관과 정책 당국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인규 일부 항목을 하지 못한다고 ERAS 전체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할 수 있는 항목부터 최대한 시행하면서 이행률을 확인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정 의료진이 연구할 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지속적으로 운영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병원의 리더십과 제도적인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시행하지 못한 항목도 확인하고, 가능한 범위를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기간에만 집중해서 운영하고 끝나는 방식으로는 정착하기 어렵다.
홍상현 ERAS는 의사 한 명이나 한 진료과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여러 직종과 진료과가 함께 일해야 하므로 학회에서도 협력하고 정책적으로 필요한 제안을 꾸준히 해야 한다. 초기 비용과 추가 업무, 교육을 지원하고 환자의 재원기간과 합병증을 줄이는 노력에 보상이 연결되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 논문>
지속적인 질 관리와 ERAS 성과
Role and importance of quality control in improving compliance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to overcome postoperative complications. BMC Surgery. 2026;26:233. 논문 보기
다학제 팀의 ERAS 도입과 개선
Implementation and improvement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tocols for colorectal cancer surgery. 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2022;102(4):223–233. 논문 보기
고령 대장암 환자의 ERAS 적용
Clinical validation of implementing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tocol in elderly colorectal cancer patients. Annals of Coloproctology. 2022;38(1):47–52. 논문 보기
고위험 결장암 환자의 ERAS 적용
Application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in high-risk patients undergoing colon cancer surgery: a retrospective cohort study. 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2026;110(4):205–215. 논문 보기
ERAS와 수술 후 회복의 다기관 비교
Impact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on factors affecting postoperative recovery in colorectal cancer: a multicenter propensity score-matched analysis. Journal of Gastrointestinal Surgery. 2026;Article 102408. 논문 보기
ERAS와 수술 후 염증 반응·단기 회복
Influence of the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tocol on Postoperative Inflammation and Short-term Postoperative Surgical Outcomes After Colorectal Cancer Surgery. Annals of Coloproctology. 2020;36(4):264–272. 논문 보기
다중양식 통증 관리와 수술 후 회복
Clinical effect of multimodal perioperative pain management protocol for minimally invasive colorectal cancer surgery: Propensity score matching study. Asian Journal of Surgery. 2021;44(2):471–475. 논문 보기
안전한 조기 퇴원을 위한 합병증 예측
Predictive factors of high comprehensive complication index in colorectal cancer patients using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tocol: role as a safety net in early discharge. 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2021;101(6):340–349. 논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