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08 06:56최종 업데이트 21.04.0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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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수련기간 단축? “NO”…수련 프로그램 강화로 기피과 문제 정면 돌파

최환석 이사장, 교육 목적으로 가정의학과 3차 병원에서 성장시켜야…수련 보조금도 필수

2021년 전공의 모집현황에서 기피과 기피 현상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눈에 띄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수도권 빅5병원에서조차 전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기피과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해묵은 난제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제야말로 정부와 각 전문학회가 뭉쳐 기피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해마다 미달을 면치 못하는 전문과목을 대상으로 현황과 원인,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①소아청소년과, 저출산·저수가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29.7% 존폐 위기
②비뇨의학과, 병원별 전공의 '빈익빈부익부' 심각...지원율도 70% 전후에 그쳐
③외과, 미달·중도포기에 20년 전의 절반에 그쳐...전공해도 요양병원·미용 시술
④산부인과, 2004년부터 이어온 고질적 기피 문제…분만실 개설 포기 병원도 속출

⑤가정의학과, 수련기간 단축? “NO”…수련 프로그램 강화, 기피과 문제 정면 돌파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의 집에 방문해 직접 진료를 실시하는 최환석 이사장. 사진=가톨릭대학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가정의학과의 중요성은 최근 더 부각되고 있다. 점차 세분화되는 전문과목과 달리 질병이나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전 연령에 걸쳐 환자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가정의학과는 종합적인 의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예방과 질병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현대 의학에서 일차의료의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가정의학과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최근 가정의학과 전공의 지원자 수만 봐도 정원의 70% 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전공의 모집에서 가정의학과는 192명 정원에 134명만이 지원해 지원률이 69%에 불과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모집하는 수련병원 48개소 중에서도 26개소(54.2%)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병원도 9개소에 달했다. 심지어 빅5병원 중에서도 서울대병원을 제외하면 모두 미달사태를 면치 못했다.
 
미달사태는 2021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어졌다. 가정의학과는 2021년도 모집에서도 정원 182명 중 110명만이 지원해 지원률이 60%에 그쳤다. 전국 46개소 모집 수련병원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29개소나 됐다.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은 이 같은 가정의학과 기피현상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일차의료 정착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보건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선대책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운영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수련병원 내 가정의학과 수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 사진=대한가정의학회

최 이사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정편의 식의 정부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꼬집었다. 의료전달체계를 살릴려다가 오히려 미래 일차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들을 키우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3차병원의 가정의학과 존재 이유는 교육이다. 일차의료를 담당할 젊은 의사들을 양성해 사회로 배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선 3차병원을 중증환자 위주로 운영하다보니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른 과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수 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다른 전문과목과의 형평성 문제나 차별 논란이 나오며 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며 “가정의학과 미달 사태와 수련의 질 문제를 동시에 고려했을 때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수련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원자까지 미달사태를 맞으면서 국내 일차의료의 기반자체가 흔들리고 이에 대한 불이익은 곧바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최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예방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의 생각과 다르게 의료 현장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는 일차의료 육성을 위한 교육 목적으로 가정의학과를 3차병원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며 "자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국가가 전적으로 주도해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이끌어가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가정의학과를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가정의학과 수련의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련기간이 3년으로 상대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던 과거와 달리 내과 등 수련이 3년으로 단축되면서 전공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수련 메리트가 사라졌다.
 
또한 과의 특성상 파견 수련이 많고 2~3차 병원 간 수련환경 간 간극이 크다는 점도 전공의들이 가정의학과 지원을 꺼리는 이유다.
 
최 이사장은 "가정의학과는 다른과 파견이 많은데 타 과 전공의라는 이유로 수련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내시경과 초음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병원별로 수련 분위기나 시설이 좋지 않다거나 업무가 과다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원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일차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갖는 젊은 의사들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이후 심각해진 기피과 문제는 젊은 세대의 성향에 따라 한동안 지속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기피과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가정의학과 수련기간을 단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수련기간 단축보단 수련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과 정부 지원을 확대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각 전공의들이 국내 일차의료를 이끌어 갈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 대안이 될 것"이라며 "교육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상설 가정의학과 트레이닝 시설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연례 행사로 내시경 워크숍과 초음파 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학회는 내시경과 초음파 교육 외에도 올해부터 만성통증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일차의료를 찾는 환자 중 관절염 등 만성 통증 질환자가 많아 이에 대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다. 특히 가정의학의 기초학문인 행동의학을 위한 세션과 의료전달체계, 만성관리제도, 입원전담의제도의 주도적인 참여 안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 지원안과 관련해 그는 "전공의가 지역사회에 나가 파견 수련을 받고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는 방안부터 시작해 가정의학과 수련 과정 전반에 대한 정부 보조가 절실하다"며 "일차의료가 바로서야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된다. 수련보조금과 수가 개선 등 정부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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