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수가 배분율·검체판단료 신설 논란…“검사 질 관리 책임지는 주체에 합당한 보상 돌아가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 등이 위탁기관인 병·의원의 수가 배분율 확대와 검체판단료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학회는 이 같은 요구가 직접 검사를 수행하지 않는 위탁기관의 몫을 과도하게 보장해 의료기관의 자체검사 유인을 떨어뜨리고 국내 진단검사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일부 직역의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환자 편의와 검사 정확성, 질 향상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돼야 한다”며 “검사를 실제 수행하고 질 관리를 책임지는 주체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체검사는 혈액, 소변, 조직 등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검사다. 의료기관이 직접 검사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인력과 장비, 질 관리 체계 등의 문제로 외부 전문 수탁기관에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검체검사 위수탁 구조에서는 병·의원 등 위탁기관이 검체를 채취해 수탁기관에 의뢰하면, 수탁기관이 실제 검사를 수행하고 결과를 회신한다. 정부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수가 배분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의료계 토론회에서는 검체검사 수가 개편 과정에서 위탁기관 손실이 예상된다며 최소 58% 이상의 배분율 보장과 검체판단료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사 안 하면서 위수탁 차익 보장 요구는 모순”
진단검사의학회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검사를 실제 수행하지 않는 위탁기관에 과도한 보상을 제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현재 검체검사 원가보상률이 약 190% 수준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이 인력과 장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자체검사 대신 외부 수탁기관에 검사를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검사 수가가 충분히 보상된다면 의료기관은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자체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직접 검사를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위수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달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위수탁 시장에서는 수탁기관이 위탁기관에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는데, 이를 검체판단료 신설 등을 통해 공식적인 수익 구조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직접 수행하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한 과잉 보상을 정당화해달라는 요구”라며 “위탁기관에 대한 과도한 배분은 불필요한 검사 증가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가 상당 부분 보장되면 누가 자체검사 인프라 구축하겠나”
학회는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25~30% 수준의 위탁기관 배분율에 시범가산까지 추가될 경우, 의료기관의 자체검사 유인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검체를 외부 기관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수가의 상당 부분이 보장된다면 어느 의료기관이 비용과 수고를 들여 자체검사 인프라를 구축하겠느냐”며 “이는 국가 전체의 진단검사 역량 발전을 저해하고 비정상적인 외주화 현상을 고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의료기관들이 점차 자체 검사 역량을 포기하고 전면 수탁으로 전환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위탁기관의 배분 비율은 진단검사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현행 논의 수준보다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할인율 폐지와 수가 개편이 예고된 이후 일부 위탁기관들이 오히려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면서 수탁 시장의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회는 “위탁기관의 경영 악화가 문제라면 위탁기관 본연의 역할인 진료에 대한 적정 보상이 논의돼야 한다”며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검사를 실제 수행하고 질 관리를 책임지는 주체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체 뒤바뀜 사고 등 과거의 경험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환자 편의와 진단검사의 정확성, 질 향상에 있다”며 “정부는 일부 직역의 경제적 논리보다 환자 중심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