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3 11:50최종 업데이트 23.10.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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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의료소송 배상액 90% 국가 부담 ‘국가책임제’,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에 연이은 천문학적인 법원의 의료 사고 배상판결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12억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의료계 공분을 가져온 판결에 이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일 심장 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빠져 환자에게 영구적인 발달장애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며 9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의료진은 팔로사징후(tetralogy of Fallot) 및 부분적 폐정맥 이상, 시미타 증후군 등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태어난 1차 수술을 해 완전교정술(total correction)을 시행했다.

수술 후 심장 CT 검사상 우폐정맥 협착 소견이 좌측 간정맥 및 우측 간정맥이 연결 및 확장, 우측 폐 저형성증으로 진행돼 2차수술을 하던 도중 의료진이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수술 중 혈액 공급을 위해 삽입했던 대동맥 캐뉼라가 갑자기 제거돼(decannulation) 환자의 혈압이 저하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재삽관 및 체외순환기 재가동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에 불과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의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이라며 손해배상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손해배상 금액은 8억9000여만원에 달했다.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 소아과 오픈런 현상, 응급실 표류 사망사고 등 이미 심각한 수준의 필수의료 붕괴 현상이 법원의 계속되는 필수 의료의 의료분쟁에서 천문학적 의사 배상 판결에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대 대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위한 공공정책 수가는 기존 수가 이외 정부 지원으로 필수의료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공약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며, 음압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훈련비를 사용량에 관계없이 공공정책 수가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필수의료 분야인 중증외상센터, 신생아실, 노인성 질환 치료시설에 공공정책 수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법)을 대표발의하고 의료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없다.
 
‘필수의료’의 정의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 또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영역’ 또는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영역’으로 규정했다.
 
중증환자를 치료할수록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게 되는 필수의료 분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 보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필수의료와 관련된 법원의 연이은 최근 의료 사고의 천문학적인 배상 판결과 무책임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필수의료를 말살시키는 원인을 법원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있다. 위험도상대가치의 비율이 1%도 되지 않는 의료보험 체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체계인 사회주의 의료정책의  나라에서 불가항력적인 의료과실이나 과오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국가책임법' '필수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입법화해 국가가 배상하는 금액을 판결 배상액의 90%로 정해 국가책임제로 나아가야 한다.
 
'필수의료사고처리 특례법'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법)의 구체적인 입법화가 늦어질수록  법원의 천문학적  배상 판결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필수의료 붕괴현상 가속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법률 개정안 마련만으로는 오늘의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국가·지자체 책무를 규정해 건강보험의 국고보조금 비율과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부터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로 대만 23.1%, 일본 27.4%, 프랑스 52.3%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도 2020년 기준 6.12%로 일본 10%, 독일 14.6%, 프랑스 13% 등보다 낮다. 필수의료 인력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투입 계획이 없는 한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은 해결될 수가 없다.
 
필수의료 인력 수급 정책에서 단순히 의사 총량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국가의 재원확보의 구체적인 방안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기존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을 포함한 필수의료 개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밝힌 필수의료 지원대책 주요 내용은 작년 12월 발표를 재탕한 수준이다. 실속은 없고 그럴싸하게  포장만 요란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약속한대로 정책이 시행되리라고 아무도 이제는 믿지 않는다.
 
5월에 정부가 비슷한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도 3개월이 지났지만 필수의료 현장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정부는 그럴싸하게 언론에 발표한 것조차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이는 무능력이자 심각한 수준의 무능력이다. 이런 대응에 의료진은 절망하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입법화가 늦어질수록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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