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30 07:33최종 업데이트 23.06.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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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임산부 보호한다는 '보호출산제'…알고 보니 입양아동 양산 위한 제도?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본회의 통과 임박…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 만들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30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산모가 출생 정보 공개를 원치 않으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의에도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당정은 보호출산제를 통해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미등록 아동'을 보호할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이 두려워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꺼리는 산모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료계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도 찬반이 부딪히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진정으로 위기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정부 주도의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통해 위기 임신부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 출생통보제에 병원 출산 꺼리는 임산부 위한 익명 출산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

먼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로 알려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출생이 있으면 진료기록부에 출생정보를 기재하고, 의료기관의 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 할 것 없이 신동근, 양금희, 정청래, 강민국, 강훈식, 양금희, 최혜영, 송재호, 김미애, 신현영, 한병도, 김민철 의원 등은 물론 정부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법안소위는 13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해 대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여야는 아이가 출생했음에도 출생 사실이 파악되지 못한 채 학대받거나 방임되는 등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시민사회는 해당 법안으로 위기 임산부들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의료계 역시 출생신고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 넘기는 데 대해 반발해 왔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의사가 진료기록부에 출생기록을 입력하면 심평원은 DUR을 통해 병의원에서 출산한 임산부의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출생 관련 기록을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시민사회의 우려대로 의료기관이 병원에서 출생이 일어났을 때 의무적으로 출생을 통보하게 되면 출생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위기 임산부(혼전 임신, 청소년 임신, 혼인 중 불륜 임신, 가정폭력 피해 임신, 외국 국적 임신, 빈곤 가정 임신, 고령 임신, 정신장애 임신, 노숙 임신 장애우 임신, 약물복용 임신, 기형아 임신)들은 더욱더 음성적인 낙태를 이용하거나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등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당정은 임산부의 선택에 따라 임산부가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의료기관에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조오섭 의원안)’과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안)’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여야 이견이 있어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과 국미의힘 김미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익명출산을 지원하는 센터를 두고 상담을 거친 후 익명 출산을 원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할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사회적 낙인이나 여러 사정 때문에 병원 출산을 꺼리는 여성이 안전하게 병원에 와서 아이를 낳으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

보호출산제가 보호하는 것은 '출생의 비밀'…입양특례법 출생신고 의무화 무력화 시도

이에 대해 김재연 회장은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부모와 자신의 출생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아이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나"라며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아동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익명출산의 취지를 살리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아이의 권리와 친생부모의 익명성 보호라는 가치가 상충한다는 점"이라며 "두 발의 안에 따라 출산기록이 익명화되면, 아이가 입양을 간 이후 나중에 친생부모에 대해 알고 싶어 하더라도 소위 '뿌리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보호출산제가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정작 보호되는 것은 '친생부모의 익명성'과 '아동 출생의 비밀'이다. 친생부모의 익명과 아동 출생의 비밀이 보장되면 아이의 생명은 저절로 지켜질 수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응당 알아야 할 자신의 출생정보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는 무시되어도 되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시민사회에서도 보호출산제가 모든 가족과 아동에게 편견 없는 지원과 권리를 보장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법률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측과 아동의 유기를 막고 산모와 아이 모두를 구하는 법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입양특례법.

더 큰 우려는 해당 법안이 입양아동을 양산하기 위한 법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현재 2013년 이후 유기된 아동은 연평균 1207명으로, 그중 출생신고가 돼 입양이 의뢰된 아동이 926명이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되는 아동은 연평균 281명으로 나타났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아기 양육을 포기한 친생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행법상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합법적 절차에 따른 입양이 어렵다.

김 회장은 "이 법은 현행 입양특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을 지키지 않는 23%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법을 잘 지켜 출생신고를 한 77%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정말 위기의 임산부를 보호하고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으로 만들려면 23%가 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해야 한다. 그 연구를 토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가족관계법을 개정하거나 극히 제한된 형태의 익명 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보호출산제는 '입양아동의 양산'을 위한 것"이라며 "보호출산제를 보호아동 체계와 연관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입양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은 '입양아동의 양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건강과 아동의 안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제도이지 입양을 염두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의원의 발의안 중 하나는 노골적으로 보호출산제를 할 수 있는 기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시설'로 규정해 입양기관이 보호출산제에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그는 또 익명성이 보호된다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더라도 위기 임산부들이 병의원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오히려 출생통보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 무분별한 낙태가 증가해 위기 임신이 출산까지 도달할 기회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위기 임산부 도울 국가기관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 세워 지원체계 구축해야

김 회장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를 지지하고 돕기 위해서는 보호출산제와 의료기관 출생 통보제보다 법과 제도, 그리고 위기 지원에 대한 지식과 기술, 관련 조직 혹은 기관 등을 구성 요소로 하는 종합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정부 주도의 국가 기관인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재 임신 계획에 없었거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서 자력으로, 사회규범으로, 사회제도의 결핍으로 인해 임신 유지 및 출산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임신부를 위한 지원서비스는 대부분 비정부 단체가 맡고 있다"며 "최근 임신상황을 유지하기 어려운 임산부의 낙태 및 출산 후 영유아 유기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혼인 여부를 불문하고 위기임산부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임신·출산 지원체계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보호출산제만을 도입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여성에게 극단적인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에서 정부의 임신. 출산 건강 지원 정책지원 사업인 미혼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임신 출산비 지원, 해산비 지원, 청소년 한 부모 지원 정책,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통한 교육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 하도록 해야 한다. 위기임신·출산 지원체계를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여성에게 충분히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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