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5 07:23최종 업데이트 23.07.2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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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의사 단체 '회장 구인난'…“협의회 회장보다 스타트업∙유튜버 할래요”

전공의협의회 등 출마자 없어 선거 차질 빈번해져…직역단체 활동보다 개인 가치 올리기 '집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젊은 의사를 대표하는 직역단체들이 회장직을 맡을 사람을 찾지 못해 선거에 차질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과거같으면 직역단체 활동에 적극 뛰어들었을 이들도 스타트업 창업, 유튜브 채널 개설 등을 통해 개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길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공의협의회 후보자 등록기간 두 차례 연장…의대생협회는 2년 넘게 회장 '공석'
 
25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출마자가 없어 한 차례 미뤄졌던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이 같은 이유로 또 한 번 연기됐다.
 
당초 대전협 차기 회장 선거는 지난 14일까지인 후보자 등록 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21일까지로 한 차례 연기됐었고, 21일까지도 출마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일주일 더 연장됐다.
 
대전협 안팎에선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가 있단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전공의 대표 단체인 대전협이 출마자가 없어 선거 일정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드문 일이다. 직전 3차례 회장 선거에서는 복수의 출마자가 나와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졌는데, 불과 3년 만에 후보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들의 ‘회장 구인난’ 사태는 최근 들어 유독 잦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단체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여파로, 직후 진행된 회장 선거에서 후보자가 없어 홍역을 앓았다.
 
대공협은 제36대 대공협 회장 선거 후보 등록 기간을 세 차례 연장한 끝에 2명의 후보자가 나오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후보자가 한 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36대 회장을 한 신정환 회장이 단독 출마하는 형태였다.
 
반면 끝내 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의대협은 회장 자리가 2년 반 가까이 비워져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대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직역 위한 '희생'보다 개인 '성공' 집중 시대…젊은 의사들 창업∙유튜브 등 관심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공동체를 위해 어느정도 자기 희생을 감수하기 보다는 개인적 성공을 좇는 이들이 늘어난 사회적 추세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검사와 공무원들이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에 지쳐 검찰과 정부기관을 떠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의료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과거 대비 전문의 수련 과정을 패싱하고 미용 분야에 뛰어들거나 복무 기간이 긴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대신 현역 입대를 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품은 많이 드는 데 비해 보상이 적거나 전무한 직역 단체 활동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떨어지고 모습이다.
 
40세 이하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으로 구성된 단체인 젊은의사협의체의 서연주 공동대표(전 대전협 부회장)는 “직역 단체 회장 자리는 뭔가를 얻기 보다는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자리인데, 지금은 그런 일의 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지는 사회가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직역단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신뢰와 관심이 떨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굳이 내가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내 살 길이나 찾자’며 미용으로 빠지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또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에너지 많고 능력있는 의대생, 젊은 의사들은 과거보다 많아진 느낌”이라면서도 “직역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고 대신 창업, 유튜브 등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실제 의대협이 회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비임상을 비롯해 의대생들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돕는 단체들이 오히려 의대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의대생TV 박동호 대표는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을 위한 강연을 조금만 찾아봐도 창업이나 유튜브 관련 주제들이 많다. 나도 유튜브나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다”며 “내가 처음 의대생TV를 시작했던 2018년 말 정도만 해도 유튜브를 하는 의대생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의대생들이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간 보수적이었던 의료계도 점차 사회에 발맞춰 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한다”며 “임상 의사로서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선례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그에 따르는 기조가 생기는 것 같다. 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의료계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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