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혁 전남 권역센터장 "응급환자 강제 수용 시작되면 중증 전원 환자 수용 불가…응급실 의사 이탈도"
"환자 강제 수용하게 하는 시범사업 답 아냐...'경증 환자 분산'·'사법리스크 완화' 먼저 해결돼야"
전라남도 성가롤로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전라권 응급 환자 강제 수용을 골자로 한 시범사업 추진을 공식화 한 가운데, 전라남도 성가롤로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시범사업이 강행되면 지방 응급실 의사 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광역상황실이 강제로 응급실에 환자를 배정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전라권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타 병원에서 전원이 필요한 위중한 응급환자들은 아예 수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 이송 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월 말부터 전라권 지역에서 지역별로 지자체, 소방본부, 광역상황실, 응급의료기관이 합의를 거쳐 이송지침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사실상 광역상황실이 주도적으로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KTAS 1~2등급의 중증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수용능력 확인을 거쳐 이송 병원을 선정하며, 골든타임 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한 경우는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안정화 처치를 하게 한다. 광역상황실은 우선수용병원 지정 후 바로 최종치료를 위해 전원할 병원도 지정해야 한다. Pre-KTAS 3~5등급 환자는 수용능력 확인 없이 이송 프로토콜에 따라 이송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한다는 것은 병원이 받을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일단 환자를 밀어 넣겠다는 취지다. 당장 몇 달은 상황이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의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만 다그쳐서 환자만 강제로 밀어넣는다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차가 정체돼 있는데 아무리 경적을 울리고 뒤에서 들이 받아도 선두의 정체가 해결돼야 갈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안은 굉장히 표면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혁 센터장이 제시한 해결 대책은 '경증 환자 분산'과 '응급실 사법리스크 완화'다. 이런 문제들이 선결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의료 인력 이탈만 가속화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센터장은 "전남엔 목포한병원과 성가롤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다. 2곳 모두 배후 진료가 굉장히 약하다. 다른 대부분의 지방 병원들이 상황이 비슷하다"며 "이런 이유로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중환자실 병동도 보고 내과 의사가 됐다가 외과 의사도 된다. 지방 응급실 의사 인건비 인플레이션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상황에서 정말 몸으로 때우면서 버티고 있는데 환자를 강제로 밀어 넣는다면 응급실 인력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우선 문제 해결을 위해선 거점병원으로 몰리는 경증 환자를 정책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KTAS 3~5등급 환자는 아예 안 들어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응급실 방문 환자 수 자체가 줄어든 대신 KTAS 1~2등급 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가 지원도 필요하며, 사법리스크 완화는 환자단체 반발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일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만 밀어 넣는다면 우리 권역센터는 전원 환자는 안 받을 예정이다. 상황실에서 배정할 환자를 받으려면 더 상황이 좋지 않은 다른 병원 중증 전원 환자는 받을 상황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