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10 13:25최종 업데이트 23.07.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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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병원 전보 조치는 나가라는 것…수도권 백병원도 축소 전망"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8월 31일 진료 종료하면 환자 불편에 인턴∙임상연구∙사업체 검진 피해…철회 위해 최선"

지난 6월 20일 인제학원 이사회의 서울백병원 폐원 의결을 앞두고 병원 직원들이 폐원 안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백병원의 8월 중 진료 종료가 결정된 가운데 교수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이뤄진 결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료 종료일(8월 31일)까지 불과 6주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기존 환자들의 불편이 클 수밖에 없고, 서울백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던 인턴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7일 병원 측에 8월 31일에 진료를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인제학원은 지난 6월20일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후 6월29일, 7월3일, 7월6일 3차례에 걸쳐 병원 운영진, 교수협의회, 일반노조가 참여하는 협의체 모임을 가졌다. 해당 협의체에서는 병원 회생 방안과 폐원 시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법인이 진료 종료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게 교수협의회의 주장이다.

3개월 단위 진료 고려 안 해…이동 수련해야 하는 인턴도 피해
 
교수협의회는 6주 뒤에 진료를 종료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있다. 진료 종료는 신규환자를 받지 않을 시기, 수술과 시술을 받지 않을 시기, 입원을 종료할 시기, 재진을 잡지 않고 의뢰서를 작성해 줄 시기 등 단계별로 진행돼야 하고, 발생 가능한 민원을 어떻게 처리할 지 매뉴얼도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한 순간에 전체 진료를 종료할 경우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수협은 “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진료가 이뤄지는데 지금 남은 시간은 6주”라며 “환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기본적 진료 단위인 최소 3개월의 시간적 여유를 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료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의사에게 가기보단 담당교수를 따라가길 원하는데, 아직 교수들이 옮겨갈 병원도 정해지지 않았다. 환자들에게 교수를 따라갈 기회는 제공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는 일방적 진료 종료 시 인턴의 이동 수련, 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볍인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병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교수협은 “폐원 사태로 인턴들의 경력엔 이미 생채기가 났다”며 “그들은 좋은 인턴 성적을 받아 자기들이 원하는 과에 가는 것을 원할텐데, 지금 이동 수련을 가면 그 병원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임상 연구는 기본적으로 개별 병원과 계약이라 다른 병원으로 이관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금 임상연구에 등록된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탈락 처리되는 것이다. 제품 개발을 하는 업체에는 엄청난 타격”이라고 했다.
 
교수협은 또 서울백병원의 사업체 검진을 일산, 상계백병원 등으로 이관하겠다는 법인의 계획에 대해 “법인 관계자들이 사업체 보건관리자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일산이나 상계백병원에서 검진해주겠다고 해보라”며 “사업체가 중구에 있는데 중구에 있는 사람들이 일산 백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적자 많이 낸 병원장 연임시킨 건 법인…최근 적자 폭 증가도 크지 않아
 
교수협은 20년간 누적적자 뿐 아니라 최근 적자 규모가 늘어 어떤 의료사업도 할 수 없다는 법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허구라며 반박했다.
 
교수협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서울백병원 병원장으로 재임한 이들의 임기동안 연평균 의료적자는 현 구호석 원장(139억원), 최석구 전 원장(118억원), 홍성우 원장(79억원), 오상훈 원장(78억원), 염호기 원장(54억원) 순이다.
 
하지만 이들 중 연임에 성공했던 병원장은 100억 이상의 의료적자를 기록했던 구호석 원장과 최석구 원장 뿐이었다. 의료적자가 문제라는 법인이 적자를 많이 낸 원장들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연임을 시켜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수협은 최근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근 증가한 의료적자 규모는 코로나19 때문이었고,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포함하면 적자 규모가 연 80억 수준으로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며 “법인은 왜 최근 들어 적자 규모가 늘어 폐원을 결정하게 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법인에서는 경증환자 위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 대학병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며 “이렇게 경증환자 위주로 병원을 재편하겠다고 병원 경영 전략을 짠 사람이 현 의료원장과 병원장이다. 왜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교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 전보조치는 나가라는 것…수도권 백병원도 축소 전망
 
교수협은 법인의 서울백병원 구성원 고용승계 계획과 폐원 이후 창출 재원의 형제백병원 재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교수협은 “법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형제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그나마 경영 상태가 나은 부산 지역 병원으로 전보조치하겠다는 의미”라며 “생활권이 달라 받아들일 수 없는 직원들은 알아서 사직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이순형 이사장은 폐원 결정 후 수도권 백병원은 전문센터 위주로 재편하고, 부산지역 백병원은 부울경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이는 수도권 백병원을 축소하겠다는 뜻이고, 전문센터에 해당하지 않는 진료과들은 웬만하면 내보내겠다는 말이다. 백인제 박사가 통곡할 일”이라고 했다.
 
교수협은 일방 직원과 힘을 합해 폐원 및 진료 종료 철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끝으로 법인에 ▲이순형 이사장과 백대욱 상임이사 사과 ▲이병두 의료원장, 구호석 병원장 문책 ▲인턴 이동수련 없이 수련 완료 가능하도록 수련 기간 보장 ▲전임 교원 및 정규직 직원 수도권 지역 백병원 고용승계 ▲비전임 교원 및 계약직 직원 계약기간 미보장 시 적절한 보상안 제시 ▲임상 연구 의뢰업체 및  연구자에 연구 계약기간 미보장 시 적절한 보상안 제시 ▲법인∙병원∙교직원 폐원 합의 시 최소 3개월 이상 진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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